장점

by 전우 호떡

면접 심사위원으로 요청이 있었습니다. 적임자를 선발해야 하는 영광스러운 자격을 받았기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제출된 서류를 살피며 어떻게 자격을 검증할지 고민하다가 면접 심사에 임했습니다. 심사장에 들어올 때부터 면접에 임하는 언행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단정한 옷차림, 흐트러짐 없는 자세, 눈빛과 말할 때 손의 위치를 살폈고, 질문에 정성스럽게 대하는 태도를 엿보았습니다. 이어 꿈이 있는지 물어보며 어려운 상황을 직면할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그려갈지 들어보았습니다.


위원들이 차례로 질문하는데, 한 심사위원이 장점에 대해 물었을 때, 만일 그 질문이 나를 향했다면 나는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고, 나는 어떻게 답할지 생각했습니다. 내가 잘하는 게 있나, 심사를 마치고 계속 생각해도 재능이나, 장기 모두 특별한 게 없었습니다. “내가 잘하는 게 뭐지?” 어릴 때부터 줄곧 가졌던 질문인데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뭐 하나는 있을 것 같아서 나름의 답을 준비했습니다. 나름이란 타인에게 물어보지 않은, 나 혼자의 생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골똘히 궁리해도 답을 찾기 어려웠지만, 당장은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를 생각해 나의 장점을 태도와 생활면에서 2가지를, 취미라는 관점에서 2가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잘한다고 볼 수 없어 내세울 만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점이 되리라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먼저, 나는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내 생활의 중심이 가족을 향해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평일에는 일로 인해 어렵지만,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하려 노력했습니다. 동료들과 운동이나 취미를 즐기기 위해 특별히 모임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지방에 놀러 갔다가 아이들에게 한 어르신이 ‘좋은 아빠를 만났구나’하며 말을 건넸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에 자신과 비슷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비교되는 나를 보며 자신을 돌아보았을 것입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어릴 때 내가 돌보는 모습을 보며 참 자상하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나라면 그렇게 못할 텐데” 아내는 내가 일에 지친 나머지 신경 쓰지 못할 법도 한데,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피곤을 무릅쓰고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아내가 부탁하는 대로 들어주려 노력했다고 회상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중,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혼자 떨어져 지내게 되었고, 이제는 아이들의 학업과 돌봄을 전담하는 아내에게 미안해집니다. 자주 못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두 번째로 나는 인사를 잘합니다. 만나면 먼저 인사를 하고, 감사와 칭찬의 표현을 아끼지 않습니다. 어릴 적에는 동네에서 제일 인사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은 적도 있었고, 젊은 시절에는 내가 사는 동네와 근무지에서도 인사성이 바르다는 칭찬을 들은 적도 잦았습니다. 지금은 그 비슷한 칭찬이나 소문을 듣고 있지 않지만, 내가 속한 조직을 밝은 분위기로 만들고자 인사를 먼저 하고 감사의 뜻을 꼭 전하려 노력합니다. 평범한 내가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인사를 잘한 덕분이 큽니다.


세 번째로 나는 달리기를 좋아하고 즐겨합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활력을 찾기 위해 내가 필요하다고 느껴 평생을 줄곧 달려왔습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어 달리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달리는 동안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도 달리게 되는 주요한 원동력입니다. 숨 가쁨과 근육통의 자극이 있지만, 신체의 근육이 깨어나고 정신이 맑아짐을 느끼면서 감당해야 할 힘겨움은 상쇄됩니다. 노폐물을 땀으로 발산하고 근심을 털어버리며 활력을 찾을 수 있기에 달리는 기분이 좋습니다. 여가를 내어 달리면서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달리기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면서,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내딛는 한 걸음마다 변화에 주도적으로 적응하려는 열정을 담고 있어 가족에게 늘 꾸준히 자신을 관리하고 있다는 본보기가 되는 셈입니다.


네 번째로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즐겨합니다. 효도편지를 제외하고 연애할 때 지금의 아내가 된 애인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실무자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을 때 새벽에 출퇴근했기에 아이들을 만날 수가 없어 아이들에게 손 편지를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음이 내려가 있던 어려운 시기에 한강을 달리면서 인생을 살아갈 동력을 만들고, 내려간 마음을 끌어올리기 위해 컴퓨터 키보드를 잡기 시작하여 연애했던 추억과 가정의 따뜻함, 달리기, 인간관계를 주제로 틈날 때마다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을 드러내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한편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추억을 다듬으며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우리 인생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에 이야기를 만드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고, 추억을 풍성하게 가꾸고 있습니다. 쓰는 이유는 나를 돌아보기 위함이고, 아울러 지난날 드리워진 어지러워진 장막을 걷어내고 질서를 잡으면서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리기 위함입니다. 쓰면서 내면의 나에게 고백하며 어둠과 부정의 생각을 내려놓고 나를 정돈할 수 있었고, 과거에 집착하거나 얽매이지 않고 균형감 있게 나아갈 바를 향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내가 쓴 글을 모아 선배 한 분께 보내드렸는데, 답장을 받았습니다. 말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시며 나이 50이 되면 잘하는 것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두 가지가 필요한데, 나의 경우는 글쓰기는 좋아 보이는데, 달리기에 대해서는 질량 불변의 법칙과 엔진 수명, 건강, 심장 박동, 무릎 관절 등의 총량의 법칙을 제시하면서 적당히 하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달리기에 있어서 나이와 신체 조건의 정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 주의를 기울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 ‘아내가 내가 자상하다고 칭찬했다’라고 옛 기억을 꺼내니, 아내는 웃으며 슬며시 그때 한 번 정도 자상하다고 했던 것 같고, 자상하다고 말한 적은 거의 없고 내가 아이들을 잘 돌보지 않아 아내가 혼자 돌봤다며 나에게 잔소리를 시작합니다. 사람의 생각은 이렇게 다릅니다. 경험은 같을진대 그 속에서 느끼는 기억이 크게 다름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나의 장점은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판단했기 때문에 아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주위의 사람들에게는 나의 관점과 정반대의 의견도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아무튼 이제라도 내가 생각하는 장점이 나뿐만 아니라 주변인에게도 똑같이 인식되도록 힘쓸 것입니다.


2023년 10월 양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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