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후 달리면서

by 전우 호떡

나의 둘레에는 항상 달리는 사람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최근에 만났던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아침 6시 반에 출근할 때 우리 집 앞에서 통상 달리는 젊은 여성이었다. 너무 마른 체형에 언뜻 보아서는 그렇게 달리지 않아도 될 듯한데, 매일 꾸준하게 달린다. 항상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달리는 모습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비가 오면 비닐로 된 우의를 입고 달리는 모습은 나에게 감동을 넘어 나 자신을 의식하는 본보기가 되었다. 어떤 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의지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은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휴가 가는 날 우연히 그 여성을 만났다. 휴가를 출발하는 6시쯤에 도로 옆 인도를 따라, 우리가 타고 가던 차량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보면 매일 아침 그녀가 정해놓은 코스의 중간을 달릴 때쯤 집 앞에서 만났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너무 마른 체형에 마스크는 큰 특징이라 그런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공간을 혼자 달리기에 마스크는 굳이 착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짐작건대, 신체적인 어려움을 더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달리기 하는 그녀를 보면서 내 가슴속에는 계속 달려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일어났다.

휴가를 다녀와 일상에 접어들었다. 뜨거운 열기가 밤새 이어지니, 자다가도 계속 뒤척이게 된다. 선풍기 바람을 의지하고 잠들다 새벽에 등에 맺힌 땀에 간혹 깨게 된다. 1주간의 휴가를 가족과 함께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휴가 기간 너무 잘 먹어 포만감이 가시지 않고 나를 누르는 가운데, 휴가 첫날 만난 그녀의 모습은 나에게 자극이 되어 주었다. 오늘 아침에는 6시에 일어나 일상의 리듬을 찾기 위해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6시 알람에 깨었으나, 깊이 잠 못 이룬 피로감을 이기지 못하고 잠깐 더 잠들어 7시 반에야 일어났다.

권태로운 맥을 끊어줄 동력이 필요해 세수만 하고 서둘러 밖을 나섰다. 해는 중천에 솟아 대기와 대지의 열은 금세 달아올라 있고, 텁텁하고 막힌 기운이 나를 감쌌다. 천천히 최대한 느린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다. 휴가 기간의 배 속의 포만감이 위에서 나를 누르는 듯한 느낌에 전진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멈추어 있던 나의 근력이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뻑뻑했던 기운을 물리치느라 힘이 들었다. 수평으로 달리려는 나는 수직으로 짓누르는 내부의 에너지와 충돌하고, 서서히 몸을 풀어주느라 애를 먹었다.

달리기 시작할 때의 무딘 기운이 풀어지면서 좀 더 달리면 나의 리듬은 경쾌해진다.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상태를 유지하며 달린다. 달리면서 일상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데, 꼬리를 물고 생각들이 몰려오지만, 달리면서 나는 여유로워진다. 달릴 때 호흡은 가빠 오지만, 느리고 깊게 숨 쉬며 호흡의 균형을 찾기 때문이다. 조금 지나면 호흡이 편안하게 가다듬어지고, 나는 자연의 품에 안기면서 이내 평온해진다. 녹색의 자연과 산세가 아늑한 느낌을 주고, 나무와 숲을 바라보면서는 나의 시야는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평소 튼튼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달리지만, 또 하나의 좋은 효과는 내 안에 스트레스와 무기력을 가둬두지 않고 날려버리는 점이다. 달리기는 늘 숨쉬기 운동과 함께 하기에 두 가지 운동을 하는 재미가 꽤 있다. 몇 번의 달리기로 신체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군살이 빠지고, 피곤함을 잊는 동시에 한결 가벼워진 느낌도 큰 즐거움이다. 달리면서 복잡한 생각은 깊은 호흡을 통해 평온한 상태로 전환되고, 천천히 깊게 숨을 쉬면서 평화로운 상태로 접어든다. 그래서 나는 달리기를 좋아할 수밖에 없고, 이번 달리기가 끝나면 다음 달리기를 기대하게 된다.


2024년 8월 대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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