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달리면서
올해 체력 측정을 했는데, 이 중 3km 달리기 측정은 지금까지 있었던 20여 회의 측정 중에서 가장 가볍게 마쳤던 것 같다. 체력 측정 때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누구나 전력투구하게 된다. 그렇게 안 쓰던 근육까지 쓰게 되면서 측정 후에는 대체로 어깨, 팔, 배, 다리에 알이 배고 있다. 또한 평상시에는 3km를 측정할 때처럼 빠르게 뛰지 않기 때문에 측정 때는 매번 힘든데, 올해 힘들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헤아려 본다.
근본적으로는 함께 하는 의미를 찾으면서 임했기 때문인 것 같고, 두 번째는 시간이나 속도를 재지 않고 그동안 연습해 왔던 나를 믿고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지려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뻣뻣했던 무릎도 괜찮았고, 체력 측정의 일전을 앞두고 지난주에 3회의 예행연습을 가져 어느 정도 준비한 상태에서 약간의 자신감 또한 있었다.
긴장하면서도 설렘 속에 출발했다. 3km 달리기 측정이 시작되었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정지 상태에서 일제히 뛰쳐나갔다. 대열은 무리 지어 한꺼번에 출발해 ‘팍! 팍! 팍!’ 운동화와 도로의 마찰음은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을 리듬으로 표현했고, 그 경쾌함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렇게 출발한 대형은 잠시 후에는 모선에서 자선으로 분리되듯, 여러 갈래로 나뉘어 종대대형의 틀에서 앞, 뒤의 일정한 폭을 갖고 몇 개의 작은 그룹으로 이어졌다.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돌고 바퀴 수에 따라 그룹에 편성된 사람들은 계속 변했다. 나는 맨 선두에서 함께 뛰다가 수백 미터를 지나는 시점에서 함께 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함께 하지 못했다. 나의 속도는 그대로인데 선두그룹의 속도가 나를 추월했는지, 그룹의 속도는 일정했는데, 나의 추동력이 약해진 탓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웠지만, 느낌상은 나의 속도가 느려진 게 원인이었다. 측정에 참여한 달리는 전체 구성원은 20대에서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고, 선두그룹에도 역시 다양한 연령대가 있었다. 체격이 아니라 체력이 중요하듯이,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달리기에 대한 숙련도였다. 평소 게을리한 운동 탓에 나는 뒤로 밀렸다.
처음 선두그룹의 움직임을 맞추려 노력했고, 약간 밀리면서는 선두그룹을 따라서 혼자 달렸다. 이어서 나를 지나쳐 가는 이들과 옆에서 나란히 호흡과 속도를 맞추니 함께 하여 일정한 궤도를 따라 순항하는 듯 편했다. 또한, 이내 그들이 내 앞을 지나고부터는 그들을 따르며 가벼이 달렸다. 앞선 이가 내준 길 덕분에 뒤를 따르는 나는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함께 함이란 이런 순간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 든든한 의지가 되고, 본보기가 있어 쉽게 따를 수 있게 되었다. 달리면서 함께하는 효과를 보게 되어 힘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라면보다는 면을 좋아하고 면 중에는 ‘함께 하면’을 제일 좋아한다. 기운과 에너지를 나누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같이 가면 혼자 할 때보다 몇 배의 힘이 생긴다. 함께 하면 못 할 것이 없고, 이루지 못할 게 없다. 체력 측정 때 처음에는 선두그룹에서 발맞춰 호흡했고, 이어서 앞선 이들을 따르며 힘들지 않게 달렸다. 인생을 돌아보면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 구성원의 힘을 빌려 나의 모자람을 채울 수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기러기는 떼 지어 소리 내어 서로를 격려하며 수만 킬로미터의 거리를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함께 하는 관계의 힘이다. 나를 비롯한 함께 달린 이들은 3km 결승점을 목표로 공동체 안에서 평온을 느끼며 소리 내지 않았지만, 서로를 격려하면서 함께 하는 관계의 힘을 주고받으며 모두 완주하고, 둘러앉아 서로에게 미소 지으며 수고했노라 인사를 나눴다.
2023년 봄 양주 남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