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로 접어들며 해가 길어졌다. 뙤약볕이 제법 강해져 짧은 출근길에도 이마에 땀이 맺혔다. 날이 더워질수록 예전에 출근길에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떠올랐다. 자전거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구체가 되었다.
이웃에게 안 쓰는 자전거가 있는지 묻고, 인터넷을 뒤지고, 중고거래 장터도 며칠째 들여다보았다. 취미로 탈 고성능 자전거는 필요 없었다. 출퇴근용으로, 사양은 낮아도 쓸 만하고 무엇보다 가격이 부담되지 않는 자전거면 충분했다. 그런데 그런 자전거는 생각보다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던 중 무료 나눔으로 자전거 한 대가 올라왔다. 전날 예약을 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자전거 주인은 타이어 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근처 수리점도 미리 알아두었다. 괜히 마음이 들떠 일찍 잠들었고, 아침을 서둘러 먹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가서 만난 자전거는 기대와 달리 학생용으로 조금 작았다. 그래도 일단 받아 들고 수리점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끌고 가게 앞에 서자, 사장님은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밖으로 나와 반갑게 맞아주셨다. 타이어를 살펴보시더니, 이 상태로는 위험하다며 교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몇 달만 탈 생각이라 바람만 넣어 달라고 했지만, 사장님은 고개를 저으셨다. 가는 길에 찢어질 수 있다며, 대신 가격이 괜찮은 어른용 자전거를 권해 주셨다.
그 태도가 고마웠다. 필요 없는 수리를 권하지도, 불안만 강조하지도 않았다. 결국 나는 그 자전거를 샀다. 계산을 마치고 작은 성의로 피로 회복제를 건네며 인사를 드렸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전거를 타니 신혼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신문 구독 사은품으로 받은 자전거로 2년 동안 출퇴근을 했었다. 2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걸으면 20분, 자전거를 타면 5분이면 충분했다. 특히 내리막길에서 바람을 가르며 내려올 때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 속도를 더 냈다. 그때의 몸이 아직 기억하고 있는지, 집까지 10킬로미터 남짓한 길도 생각보다 수월했다.
자전거를 장만하고 나서야 ‘나눔’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나누며 살아왔을까. 오히려 조금이라도 아끼고, 가능하다면 공짜를 기대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무료 나눔으로 자전거를 내놓은 누군가의 얼굴은 알 수 없지만, 그 선택 하나가 나를 멈춰 세웠다.
나눔은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는지도 모른다. 쓰지 않는 물건 하나를 정리하는 마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짧은 생각,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내어놓는 행동. 그 간단한 과정 속에 사람을 공동체로 묶는 힘이 있다.
가진 것을 덜어내면 줄어들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 넓어진다. 나눔은 무엇을 잃는 일이 아니라, 내가 속한 세계를 조금 확장하는 일에 가깝다. 혼자만의 삶에서 한 발짝 벗어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 일이다.
나는 이제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려 한다. 나와 남을 가르는 경계 대신, 우리가 될 수 있는 방향을 택하는 일. 세상을 조금 더 건강하게 잇는 그 방향을, 오늘은 자전거 하나를 통해 배웠다.
2024년 6월 대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