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직책을 마치는 즈음,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군과 아내,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군은 나를 만들어 주었고, 아내는 부족한 나를 믿고 결혼하여 토끼 같은 두 딸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해 주었으며, 이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은혜입니다.
20대 초반이 되면 대부분 군대, 직업, 결혼이라는 세 가지 큰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나는 군을 통해 이 세 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육사에 진학해 장교가 되면서 군대와 직업 문제를 해결했고, 중대장 시절 행정병이었던 아내를 소개받아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연애 시절, 아내는 나의 연애편지에 마음이 움직여 저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주변에서는 흔히 ‘행정병을 볼모로 삼아 연애했다’고 이야기하지만, 당시 나는 그런 계산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나는 편지에 담긴 사랑과 정성이 아내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믿습니다. 평소 편지를 써 본 적 없던 내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편지를 쓴 것이 하느님의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군에서 아내를 만났고, 결혼 후 아내가 신앙을 갖게 되면서 나 또한 하느님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부대대장 시절, 1년 선배님과 함께 대대장을 맡게 되었는데, 아내는 선배님의 형수님과 친하게 지내며 성당에 함께 다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에게 천주교를 믿자고 권유했습니다. 그렇게 신앙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군과 아내, 하느님을 시간 순서대로 만나며, 나는 하나님의 은혜와 영광을 체험했습니다.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흘러간다는 것을 느끼며, 그 계획 속에서 이루어진 모든 일에 우선적이고 근본적인 감사를 드립니다.
2021년 가을 고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