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길
대지는 숨구멍을 조인 채 타오르고
날 선 대기는 살갗을 스쳐 베어 간다.
시간은 돌고 돌아
나는 그 안으로 다시 몸을 던진다.
수없이 지나온 생사의 갈림길
어깨엔 총과 폭약이 묵직하게 얹혀 있고
또 다른 총성과 폭약이
이미 내 앞에 준비되어 있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디딘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허허벌판과 짙푸른 숲의 경계,
고요와 적막이 번갈아 숨을 고른다.
발자국 소리만이 나를 따라온다.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나를 지나쳐 간다.
그 바람 속에서
누군가의 숨소리, 혹은 울음이 들린다.
총성과 포성, 함성이 뒤엉킨 자리
파편은 공중에 흩어지고
연기는 하늘을 더듬는다.
그 한가운데서 나는 멈춰
귀를 기울인다.
폭음 아래 잠긴 울음에
숨겨진 사람들의 절규에
사라질 수 없는 생의 흔적에
태양은 작열하고
서릿발은 대지를 물어뜯는다.
야생이 숨 쉬는 구역에서
나는 잠시 멈춰
손끝과 발끝, 온몸으로 냉기를 느낀다.
그리곤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불안과 결의를 품고, 또 한 걸음을.
갈대숲을 헤치며
뻘밭을 건너고
눈밭 위에 발자국을 남긴다.
눈빛은 타오르고
숨 멎는 열기가 조용히 피어난다.
몸 속의 피가 끓고
심장이 고동친다.
나는 생각한다.
앞에 놓인 길이 아직 끝나지 않음을,
또 다른 폭음과 울음을 만나야 함을.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멈추지 않는다.
총성과 폭발, 고요와 적막 속에
내 안의 귀 기울임을
모두 품은 채
다시 나는 나아간다.
언젠가 이 길 끝에 다다르면
무엇을 마주할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불확실함 속에서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이며
길 위를 걷는다.
내가 지나가고 남긴 흔적은
폭음과 적막 사이를 지나
누군가의 눈과 귀에 닿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