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전우에 대한 기록

by 전우 호떡

대대장 시절 함께 근무했던 전우가 다녀갔다. 내가 있는 근처로 교육을 받으러 오는 길에 잠시 시간을 내어 만나, 점심을 함께하며 그 시절의 추억을 나누었다. 하루를 정리하며 자연스레 대대장 시절의 전우들이 떠올랐고, 그때 썼던 지휘사례를 다시 펼쳐 읽으며 집필 당시를 되돌아보았다.


대대장을 마칠 즈음, 2년간의 지휘관 시절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휘관으로서의 시간은 너무도 좋았고 보람찼기에, 여운을 간직한 채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앨범 같은 기록물이 필요했다. 아울러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휘사례를 쓰게 되었다. 이임을 앞두고 일주일 동안 하루 한 시간씩 투자해 글을 완성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지휘사례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매주 한 편씩 써 내려간 지휘서신과 전우들에게 부대 소식을 전했던 월간신문 덕분이었다.


지휘서신의 첫머리에는 늘 전우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임무 수행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독서나 개인적 경험을 통해 나누고 싶은 철학과 가치를 한 단락씩 엮어 갔다. 전우들의 일상에 봄처럼 생생한 기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앞날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와 당부를 전하며 글을 맺곤 했다.


월간신문은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했다. ‘우리는 한 식구’라는 연대의식을 나누고자, 함께 살아가고 함께 일하며 함께 책임진다는 의미를 담아 ‘FAMILY(Father And Mother I Love You)’라는 제목을 붙였다. 지난 한 달간 부대에서 있었던 행사와 기억할 만한 순간들을 정리했고, 전우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함께 실었다.


지휘사례를 집필할 때는 ‘신뢰 형성’, ‘주도성 발휘’와 같은 주제를 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사례를 하나씩 정리해 종합했다. 주간·월간 단위로 이미 기록해 둔 지휘서신과 월간신문이 있었기에, 자료를 찾아 엮는 과정은 비교적 수월했다. 한꺼번에 지난 시간을 정리하려 들면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기억 또한 온전히 떠올리기 어렵다. 그때그때 기록해 둔 글들이 있었기에, 지휘사례를 쓰는 과정에서 그 진가가 더욱 빛을 발했다.


그로부터 1년 뒤, 한강을 달리기 시작하며 『한강과의 동행』을 쓰게 되었다. 하루 평균 30분에서 1시간가량을 투자해 문단을 하나씩 확장해 나갔다. 글의 시작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무엇 때문에 달리게 되었는지 차분히 풀어냈다. 이어 한강을 벗 삼아 달리며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과 도심 속 한강의 풍경을 그려내며 느낀 바를 적었다. 달리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의 소회, 그리고 달리기가 내 삶에 가져다준 변화도 짚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으로, 마라톤 복장으로 홀로 달리던 백발의 어르신과 무리 지어 달리던 청춘 남녀들과의 만남에서 얻은 성찰을 담았다. 이 모든 인연의 중심이 되어 준 한강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맺었다.


지휘사례는 중간중간 정리해 둔 기록 덕분에 비교적 쉽게 엮어낼 수 있었지만, 『한강과의 동행』은 머릿속의 느낌과 생각을 즉시 글로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 본업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지휘서신과는 글의 성격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한강을 달리며 떠오른 생각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달리고 돌아오면 찬찬히 메모했다. 쓰는 속도는 더뎠지만,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듯 글은 서서히 확장되었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을 꾸준히 투자해, 몇 장에 불과한 원고를 한 달에 걸쳐 완성했다. 여러 차례 탈고를 거쳐 완성본을 읽었을 때의 감흥은 지금도 생생하다.


돌이켜보면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러나 생각을 표현하겠다고 마음먹고, 결심하고, 끝내 실행에 옮긴 일만큼은 두고두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여겨진다. 인생의 어두운 길목을 지나는 동안 『한강과의 동행』을 쓰며, 살아 있음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달릴 수 있음을, 자연과 교감하고 사람들과 같은 시간과 공간을 나누고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다. 나의 존재가 오롯이 현재에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고, 불확실한 미래를 쫓기보다 지금의 선택과 결정에 만족하게 되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 위에서 쓰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쁨과 행복을 얻었다. 이 세상에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며 앞으로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가리라, 관계하는 이웃과 조금 더 가까이 함께하리라 마음에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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