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시간 속의 사람들

by 전우 호떡

얼마 전 24시간 근무를 함께하는 사람 중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어디서 만났는지, 언제 봤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대화를 나누며 이전 근무지를 하나씩 짚어보니, 십여 년 전 한 부대에서 함께 근무한 사실을 알아냈다. 자주 인사하며 얼굴을 익혔던 사이였지만, 서로 기억하지 못했다니 조금 멋쩍었다.


서로 다른 과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같은 층에서 일정 기간 함께 근무했었다.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서로를 몰라볼 수 있었는지, 둘 다 웃음이 나왔다. 대화를 이어가며 찰나의 장면들이 떠올랐고, 상대방도 비슷하게 기억을 되살렸다. 그때는 밤늦게 퇴근하고 새벽에 출근하는 생활이 이어져 개인적인 시간을 나누지 못했었다. 추억으로 남는 시간과 공간은 삶 속에 머물지만, 평범한 일상은 스쳐 지나가 버린다. 우리는 같은 시간대에 함께 있었지만, 기억에 남을 무언가가 부족했기에 깊은 유대감으로 연결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인상 깊었던 순간과 그와 관련된 기억을 간직한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성취와 보람을 느꼈던 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식사, 여행의 즐거움 등은 오래 기억되지만, 평범한 일상이나 공적인 관계는 거의 남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기록하고, 의미 있는 순간을 쌓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기억이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관계의 확장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한 발짝 더 다가가지 못했고, 관계보다는 나 자신을 중심으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다 보니 소중한 기억을 남기지 못했다.


행복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중 하나는 누군가 마음속에 자리할 때 피어오른다. 즐거운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거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의지할 사람이 떠오를 때 우리는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이러한 행복감은 삶에 신선한 동력이 되며, 아름다운 관계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쉽게 저버릴 수 없다. 곁에 있을 때는 주변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미처 깨닫지 못하다가, 떠난 뒤에야 그 가치를 알게 된다. 타인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적어도 가까운 이들과 같은 시간을 나누며 관계의 접점을 늘리려 애써야 한다. 그러한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과거 함께했던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생의 의미 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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