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며칠 전부터 브레이크가 느슨해졌는지, 경사가 급해 속도가 빨라지는 구간에서는 브레이크를 끝까지 꽉 잡아야 겨우 제동이 걸렸다. 그러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한쪽 브레이크가 결국 끊어져 버렸다. 출근길은 거의 오르막이라 제동을 걸 일이 없어,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야 브레이크가 끊어진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퇴근길은 내리막이어서 브레이크 없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위험했다. 당장 수리가 필요했다. 걸어서 15분 남짓 걸리던 출퇴근길을 5분도 채 안 되게 해 주는 자전거의 편리함에 이미 익숙해진 터라, 이제는 자전거 없이는 출퇴근이 쉽지 않았다.
자전거는 몇 달 전 중고로 장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자전거를 산 지 하루 만에 바퀴에 펑크가 났다. 수리비가 얼마 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집 옆에 수리점이 있어 맡겨 두었는데, 막상 계산해 보니 수리비가 자전거 가격의 3분의 1에 달했다. 단순한 구멍이 아니라 튜브가 헤져 통째로 교체해야 했던 것이다. 속상한 마음에 자전거를 팔았던 사장님께 사정을 설명했더니, “우리 가게로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요”라며 아쉬워하셨다. 이미 지난 일이어서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아침에 자전거를 샀던 사장님께 먼저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사장님은 오후에 가게로 가져오라고 하며 시간을 정해 주었다. 퇴근 시간을 가늠해 약속을 잡고, 자전거를 산 지 꼭 다섯 달 만에 이번에는 수리를 위해 다시 그 가게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약속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다. 가게는 약 9킬로미터 떨어져 있었고,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달려 30분 만에 도착했다.
사장님은 반갑게 맞아주셨다. 어느 쪽 브레이크가 끊어졌는지 확인하더니 곧바로 수리에 들어갔고, 십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나는 반대쪽 브레이크도 느슨해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브레이크 줄을 다시 끼우고 나사를 몇 번 조였을 뿐인데, 자전거는 감쪽같이 제 기능을 되찾았다. 제동은 부드럽고도 확실했다. 비용을 여쭈었더니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셨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가게를 나섰다.
수리하러 갈 때는 약속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의무감과, 수리에 상응하는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페달을 밟으며 새 자전거였다면 이런 수고와 비용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중고로 산 탓에 이렇게 빨리 브레이크가 끊어졌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러나 제때 도착했고, 수리비도 들지 않았다. 수리점까지 다녀온 수고를 제외하면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돌아오는 길에는 기분도 한결 밝아졌다.
출발할 때는 빗줄기가 굵어져 빗속과 흙탕길을 헤치며 달려야 했다. 수리점을 향할 때의 마음은 세차게 흐르는 물살처럼, 목적과 의무감, 부담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수리를 마치고 뜻한 바를 이루고, 뜻밖의 배려까지 받자 중고 자전거를 괜히 샀다는 생각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자전거를 팔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듯 아낌없이 수리해 준 사장님의 태도는 오래 마음에 남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도 그쳤고, 나 역시 묵직하던 생각들에서 벗어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