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나도 몰랐지

by 전우 호떡

명절을 맞아 본가와 처가에 다녀왔다. 먼 길을 다녀올 때면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되었던 아내와의 잦은 마찰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진다. 결혼 후 어디를 다녀오기만 하면 거의 매번 사소한 시비가 붙었고, 그것이 큰 갈등으로 번지곤 했다. 자녀의 실수나 잘못을 두고 “누굴 닮아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서로를 힐난한 적도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참으로 잘못된 일이었다. 그때 우리가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을 잃었고, 상대에 대한 배려와 경계심을 놓아버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울에 살 때, 처가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날도 예삿일처럼 별것 아닌 일에 마음을 쓰다 갈등이 불거졌다. 처가에 다녀오면 아내는 친정의 품을 배경으로 기세가 오르고, 그 기운을 타서 내 실수를 타박하곤 했다. 지금은 그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사소한 말다툼은 그쯤에서 끝나지 않고, 처가를 떠나 집으로 출발할 때까지 이어졌다. 마침 그때 처남이 서울에 볼일이 있어 우리 차에 함께 탔다.


내가 결혼하게 된 근본적인 계기는 처남과의 인연에서 비롯되었다. 중대장과 중대원의 관계였던 시절, 처남이 다리를 놓아 주었기에 인연이 닿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차에 오르자마자 2라운드 공격을 시작했다. 처가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뒷좌석에 앉은 처남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울분을 토해냈다.
“왜 이런 사람을 소개해 줬어?”
차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처남이 나의 인물됨이나 능력을 언급하며, 적어도 “자형이 뭐가 어때서” 정도의 두둔은 해 주리라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처남은 졸다 깨어난 듯 간결하게 말했다.
“그땐 나도 몰랐지.”
그 한마디에 나는 황당함을 느꼈다.


당장 차에서 내리라고 소리치고 싶었고, 군 복무 시절 얼마나 잘해 줬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이성으로 눌렀다.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으나, 그 침묵 속에서 잠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내 역시 아무 말 없이 반응하지 않았다. 아내도 처남의 말 속에 나에 대한 변호가 담겨 있으리라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날 아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고, 묻지도 않았다. 다만, 아내의 마음을 읽고자 했던 나의 기대가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었기를 바랄 뿐이다.


돌이켜보면 연애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늘 조심스러웠다. 항상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려 애썼고, 적어도 아내 앞에서는 최고가 되려고 노력했다. 실수가 있어도 웃으며 넘겼고, 불편한 감정으로 키우지 않았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많이 달라졌다. 집에 무언가를 두고 와 다시 돌아가야 한다거나, 같은 일을 두 번 반복해야 하는 사소한 낭비에도 쉽게 짜증을 냈다.


서로에게 편해진 일상 속에서 경계심이 풀리자, 존중과 배려의 태도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것이 잘못인 줄도 모른 채 습관처럼 젖어 들었다. 제방의 둑이 작은 구멍에서 시작해 서서히 균열이 가고, 결국 한순간에 무너지듯 나 역시 그러했다. 따뜻한 관심은 식어 갔고, 아내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을 강요하려 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지켜야 할 경계가 무너지면 감정은 상하고, 서로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없게 된다.


나에게 결함과 과오가 있음을 직시하는 일은 부끄럽지만, 이를 넘어설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알게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보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바로 지금에 있다. 나는 지난날의 어리석음을 돌아보며, 나를 한때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던 요소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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