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농사의 결실, 다시 체력 검정

by 전우 호떡

매년 치르는 체력 검정을 작년에 하고 나서 꼭 열두 달 만에 다시 맞이했다. 이 날은 1년 치 농사를 짓는 날이라기보다, 그동안 가꾸어 온 농사의 결실을 확인하는 날에 가깝다. 두 달 전, 축구를 하다 허리와 무릎에 탈이 났다. 허리는 자고 일어날 때만 통증이 있었고, 일상생활에는 큰 불편이 없었지만 누운 자리에서 곧바로 일어나지는 못했다. 몸을 비틀어 천천히 옆으로 돌아 일어나야 했다. 한동안 쉬어 보았지만 호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한 달 전부터 치료를 시작했다.


처음 2주는 운동을 멈춘 채 침만 맞았다. 그러다 의사가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자고 했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지만, 허리가 좋지 않아 할 수 있는 건 달리기와 팔굽혀펴기뿐이었다. 공을 사용하는 운동은 충돌의 위험이 있었고, 공을 좇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계를 넘기 십상이었다. 결국 공과는 거리를 두었다. 체력 검정을 앞두고 2주 동안,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한 것이 준비의 전부였다. 수첩을 펼쳐보니 운동 기록은 고작 다섯 번. 검정을 앞두고 허리 상태가 걱정돼 의사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준비한 게 있는데 하세요. 아프면 치료를 조금 더 하면 됩니다.”
그 말은 내 몸이 아직 버틸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신뢰처럼 들렸다.


체력 검정 종목은 3km 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였다. 윗몸 일으키기는 올해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이틀 전 조심스레 몸을 시험해 보니 오래 몸에 밴 기억 덕분인지 무리는 없었다. 전날 밤, 충분히 자야겠다고 일찍 누웠다. 잠들기 전 기록하는 습관 때문에 몇 자 적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흘렀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부담 때문이었을까. 새벽에 몇 번을 깨다 알람 소리에 일어났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을 접고, 계획된 하루를 향해 집을 나섰다.


팔굽혀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를 마친 뒤, 3km 달리기 출발선에 섰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맨 앞에 섰다. 출발과 동시에 대열은 3~4열로 갈라졌고, 나는 선두에서 열 번째쯤에 섰다. 앞서가려 애썼고, 잠시 몇 명을 앞질렀지만 이내 뒤에서 온 이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코스의 절반인 1.5km를 지나자, 몸이 사점에 들어섰다는 걸 느꼈다. 나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평소보다 빠르게 시작한 속도는 체력을 일찌감치 소진시켰고, 준비가 부족한 몸은 곧 마라톤의 벽에 부딪혔다. 연습량과 횟수가 부족하면 벽은 더 빨리 온다는 사실을, 몸이 먼저 알려주었다.


페이스는 느려졌지만, 나는 남은 힘을 모아 다시 끌어올렸다. 결승선 50여 미터를 남기고, 앞서 있던 동료 한 명을 목표로 삼았다. 마지막 힘을 짜내 그를 앞질렀고, 70명 중 11등으로 들어왔다. 기록은 12분 49초. 내 연령대에서 특급 기준이 14분이니,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이제는 작년의 기록이 아니라, 나이에 맞는 기준으로 목표를 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이를 잊고 무리하는 일은 더 이상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일 수 있으니까.


달리기를 마치고 숨을 고르며 함께 뛴 전우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평소에는 물을 챙기지 않지만, 이날은 유난히 갈증이 심했다. 주변에서는 모두 물을 마시고 있었고, 선배 두 분이 다가와 물을 건네주었다. 목을 축이며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이 스쳤다. 준비성, 그리고 먼저 다가가는 여유가 삶에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잊고 공을 좇다 다쳐 한동안 운동을 멈췄다. 몸이 아프면 일상은 흔들리고, 건강하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없다.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둔해지고 삶의 기운은 쉽게 꺼진다. 건강은 삶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과하지 않게, 넘치지 않게, 내 몸에 맞는 리듬으로 살아야 한다. 젊음을 붙잡기 위해 옛 기록에 매달리기보다, 지금의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한 오늘의 체력 검정은, 건강 관리와 준비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더불어 나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을 살피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남겼다.



2024년 5월 대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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