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에 참석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옛 동료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었고,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잠시 서서 그간의 안부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그가 기다리던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봐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전화를 걸어 어디쯤이냐고 묻자, 기다리던 사람은 약속을 잊은 채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마 누구라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며칠 뒤, 그와 다시 통화를 하며 그날의 일화를 꺼냈다. 그런데 그의 반응은 내 예상과 달랐다. 그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살다 보면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때가 있는데, 아마 그런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기다렸던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관점이었다. 그에게 자신과의 기억이 깊게 남아 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예전엔 친분이 있었지만 자주 만난 사이도 아니었고, 함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며 관계를 쌓아온 적도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의 존재에 대한 기대와 의미는 결국 자신의 바람일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관계가 깊지 않았다면, 그런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래서 괜찮다고 그는 말했다.
그제야 나는 나의 시선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었는지를 깨달았다. 과거의 기억과 나의 기준에 갇혀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있는 그대로의 현상에 감정을 바로 얹기보다 한 번 더 생각하며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긍정의 여지를 만들어내는 그의 태도는 인상 깊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상황이나 배경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자신을 중심에 두고 판단한다. 설령 사고의 중심을 타인에게 옮기려 한다 해도, 타인은 결코 내가 아니기에 그의 속을 온전히 헤아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지어다. 타인의 입장과 상황, 배경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상, 나의 관점은 언제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