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호의 현장에서

by 전우 호떡

지휘관으로서 지난 2년의 재임 기간을 돌아보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추억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무엇보다 ‘전장으로 나가는 관문’인 GOP에서 조국 수호의 첨병으로 중책을 맡았던 시간은 큰 영광이자 숭고한 사명이었다. 그리고 그 사명은 함께한 전우들 덕분에 완수할 수 있었다. 지휘관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전우들과 함께 견뎌낸 어렵고 힘든 순간들은 이제 보람과 행복으로 가슴 깊이 남아 있다.


GOP는 적과 대치하며 경계작전을 수행하는 최전방이다. 지뢰가 산재해 있고, 실탄과 수류탄 등 폭발물을 휴대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늘 긴장감이 흐르며 엄격한 군기가 요구된다. 이제 막 전방에 배치된 신병들의 얼굴에는 부담과 긴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우리는 신병이 전입하면 ‘최전방 수호병 신고식’을 통해 그들을 ‘한 가족’으로 맞이했다. 손을 씻는 세수식으로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고, 최전방 수호병 휘장을 가슴에 달아 주며 굳은 악수를 나눴다.


이후 인생의 선배이자 지휘관으로서 몇 마디를 건넸다.
“여러분은 육군의 소수 정예로서 무엇을 하든 성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전방을 완벽히 지켜내리라 확신한다. 누구나 감내할 수 없기에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쉽지 않겠지만, 인생 불변의 법칙처럼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는 만큼 성장과 행복이 주어지리라.”
그리고 덧붙였다. “GOP에서 즐겁고 보람차게 지내도록 우리 모두 함께 합시다.”


신고식을 마친 신병들의 눈빛에는 ‘조국의 창과 방패가 되겠다’는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 전우들이 제대하며 남긴 편지 속에서도 신고식 이야기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전입 신고식에서 ‘너희들은 뭘 하든 성공할 거야’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대대장님의 믿음이 현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들은 지휘관의 믿음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던 듯하다.


전방에서는 언제든 실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작전 상황의 신속한 종결을 위해 현장 작전요원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했고, 우리는 출동태세를 수시로 점검했다. 그 결과, 초소나 소초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황 발생 지점에 5분 이내 도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초겨울 어느 날, 상황실 근무자가 모니터를 통해 철책을 따라 이동하는 거동수상자를 발견했다. 그는 민간인 통제선을 넘어 은밀히 철책까지 접근하고 있었다. 즉각적인 상황보고와 함께 초동조치팀이 무장 출동했고, 거동수상자는 신속히 검거되었다. 조사 결과 그는 신변을 비관한 탈북자로, 당시 경찰이 추적 중이던 범죄 용의자였다. 완벽한 대비태세의 결과로 부대는 경계작전 우수부대 표창을 받았다. 이 경험은 “오직 훈련되고 준비된 부대만이 군의 위상에 걸맞은 명예를 얻는다”는 교훈을 모두가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라는 관점에서 서로의 기대 속에 자신을 찾을 때, 조직은 더 즐겁고 건강해진다고 믿는다. 지휘관 재임 기간 동안 리더십의 자질과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돌아보면 부끄럽고 미안한 순간도 적지 않다. 취임 초,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휘관이 되기 전의 다짐을 잊은 채,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정이 앞섰다. 그때 부대원이 느꼈을 실망과 허탈함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


그 시기, 한 선배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조언해 주었다.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격적인 존중과 배려가 필요해. 진심은 결국 통하니, 시간을 갖고 노력하자.”
그 말을 마음에 새기며 다짐했다. ‘나의 진심이 부대원의 가슴에 닿도록, 행동으로 실천하자.’


‘나와 너’라는 이분법을 넘어, ‘대대’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더불어 사는 철학으로 지휘관의 직책을 마칠 수 있었다. 2년의 여정에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군대라는 필연 속에서 만난 부대원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배역을 열연했고, 우리는 한 편의 연극을 완성했다. 지휘관 재임 기간의 순간들은 연극의 한 장면처럼 지금도 진한 여운으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해준 자랑스러운 전우들에게 깊은 경의와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지휘관의 직책을 내려놓으며 확신하게 된다. 지휘관의 성패는 가시적인 성과보다, 다시 함께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훗날 전우들에게 ‘조국 수호의 사명을 다한 지휘관, 전우를 사랑하고 아껴준 지휘관’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전후방 각지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모든 지휘관들의 승리하는 삶을 기원한다.



2018년 임무형 지휘 사례에서
2024년 10월 다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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