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외출하며 모자를 챙겼다. 두 군데를 들렀는데, 첫 번째 장소에서는 모자를 쓰고 다녔고, 차에 오르자 갑갑함에 벗어 옆에 두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장소에서 돌아다니다가 모자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차에 가서 찾아야지” 하고 말했지만, 정작 차에 타서는 그 생각을 잊고 말았다. 집에 도착해서야 모자가 떠올라 차 안을 뒤졌으나, 있어야 할 자리에 모자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나온 길을 되짚었다. 다녀온 매장을 다시 찾아가 안을 살피고, 주차했던 자리도 확인했지만 모자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별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차를 탈 때 내가 쓴 모자가 옆에 있어, 나에게 말한 뒤 건네주었다고 했다.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상황을 짐작해 보면, 아내가 내 무릎 위에 모자를 올려두었고, 내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떨어졌으며, 누군가 주워갔을지도 모른다.
소통은 의견을 나누고 이해에 이르는 과정이다. 말을 듣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집중이 필요하다. 화자와 청자의 관계에서 서로에게 충실해야 한다. 화자는 혼자 말하지 않고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전해야 하며, 청자는 귀뿐 아니라 시선과 마음까지 열어 집중해야 한다. 소통의 출발은 상대의 의도를 헤아리는 데 있는데, 나는 그동안 의도 파악은커녕 집중조차 하지 못했다.
아내는 늘 내게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라고 말해 왔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아내의 말을 흘려듣는 일이 잦아졌고, 때로는 들었던 말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오늘의 일은 내가 귀 기울이지 못한 탓도 있고, 아내 역시 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히 전달하지 못한 탓도 있다. 결국 뜻이 어긋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막힘없이 오가고, 쌍방이 이해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느낀다.
또한 대화 속에서, 특히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되물어 확인해야 할 필요성도 깨닫는다. 일상에서의 작은 놓침은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불편은 남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 불신으로 번질 수도 있다. 먼저 경청하고, 주의 깊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자세다. 기본은 가장 쉬워 보이지만, 지키기는 가장 어렵다. 모자를 잃어버린 아쉬움은, 소통과 그 실천의 중요성을 다시 새기겠다는 다짐으로 달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