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의 책임

by 류하 스텔라

누군가의 하루를 가볍게 해 주기 위해,

나는 내 하루를 조금 기꺼이 내어 놓는다.

그것이 내가 배운 ‘좋은 어른’의 방식이다.


손주가 태어난 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1박 2일로 딸의 집에 간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를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되고, 때로는 버겁다.


나는 그 감정을 안다.
아이 둘을 키우던 시절, 남편은 바빴고 친정은 멀었다. 막막했고 외로웠다.

도움을 청할 곳조차 없던 그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 고단함만은 물려주지 않겠다고.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일에는 기쁨과 행복이 있지만,

동시에 많은 포기가 있다.
나는 그 포기를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다.

누군가 곁에 있어 주면 삶은 생각보다 훨씬 가벼워진다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는 ‘낀 세대’였다.
위로는 부모를 돌보고 아래로는 자식에게 최선을 다했다.



부모가 자식에게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식이 부모에게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아이를 낳은 건 부모의 선택이지, 자식의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내 아이들이 ‘부모를 위해’가 아니라

자기 삶을 온전히 살아가기를.

그리고 그 길이 힘겨울 때,

묵묵히 곁을 지켜 주고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부모였다고 기억되기를.


언젠가 그들이 뒤돌아보며 말한다면 좋겠다.
“그래도 참 든든했어.”
그 말이면 충분하다.
그것이 내가 믿는, 좋은 어른의 책임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