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속으로 걷고 싶은 소망

by 류하 스텔라


햇빛 속을 걷고 싶다는 그때의 소망은 절망이었고,
지금의 나를 남겨두고 싶다는 오늘의 다짐은 성취다.




2018년, 나는 병으로 무너졌다.
위가 망가져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링거에 매달린 채 겨우 버티는 나날이 이어졌다.


두 달 사이 체중은 10kg 가까이 빠졌고,

삶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대신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때 나의 소원은 단 하나였다. \


“아무것도 갖지 않아도 된다. 다만 햇빛 속으로 걸어가기만 하게 해달라.”
그 바람은 절박했고, 내 삶이 붙잡고 있던 마지막 끈이었다.

결국 내시경을 통해 큰 병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조금씩 음식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회복은 더뎠지만, 다시 햇빛 아래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한다.
무엇도 가지지 않아도 좋으니, 햇빛 속에서 걸을 수 있다는 것.
그 단순한 소망이 내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 후 나는 몸을 포기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 다짐이 나를 필라테스로 이끌었다.
처음엔 재활 같았다.
낯선 동작 앞에서 몸은 뻣뻣했고, 매트 위에 누우면 호흡조차 막히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조금씩 움직일수록 통증은 옅어졌다.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때마다 조율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7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나는 내 몸의 언어를 읽을 수 있다.
어디가 굳었는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몸은 단단해졌고, 마음은 예전보다 넓어졌다.


곧 나는 필라테스 프로필 사진을 찍을 예정이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햇빛 속으로 걸어가고 싶던 절망의 나, 매트 위에서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서던 나,
그리고 지금의 나를 기록하기 위해서다.


그 사진 속에 담길 건 단순한 몸이 아니다.
“나는 해냈다. 버텼고, 다시 일어섰다.”
그 빛나는 기록을, 앞으로 흔들릴지도 모를 나 자신에게 남겨두려는 것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