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쁨의 목록

by 류하 스텔라


기쁨은 거창하게 오지 않는다.
조용히, 눈앞에, 매일의 틈 속으로 스며든다.



아침, 며칠째 켜두었던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풀벌레 소리가 먼저 들어왔다.
밤새 익은 여름 냄새와 함께, 가만히 귀를 간질이는 소리.
그 순간, 몸속까지 시원해지는 듯했다.

바쁜 아침 준비를 마치고 남편을 출근시키고 나면, 거실엔 고요가 남는다.
그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다.
드로잉북과 연필, 지우개를 꺼내 이동용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창밖을 바라보며 선을 그리다 보면, 마음속 긴장도 함께 풀린다.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부족하거나 허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가 내 삶에서 가장 좋은 날 같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
그 반복 속에서 나는 가장 큰 안도와 행복을 느낀다.

큰 기쁨은 언제나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작은 기쁨은 매일 우리 곁에 와 있다.
아침 창문을 여는 순간의 바람,
드로잉북 위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선,
고요를 가득 채우는 평범한 공기 속에서.
나는 그 사소한 순간들에 기대어 하루를 살아간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