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신문에서 도쿄 스테이션 호텔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110년이 넘은 그 공간은 여전히 조기 마감을 기록하고,
많은 이들이 일부러 조식을 먹기 위해 찾아간다고 했다.
클래식한 천장, 고요한 복도, 단정한 그곳의 아침 식사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사랑받고 있었다.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간 위에 오늘의 감각을 얹어
지금 이 시대의 필요에 맞게 조금씩 갱신해 온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새롭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오래된 것을 귀하게 여기고
지금에 맞게 조금씩 다시 살아내는 것.
그게 진짜 빛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 문장을 마음속에 적어두고 나서
문득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는 지금, 나이 든 나로서
어떤 방식으로 다시 살아가고 있는가.
한때는 많은 역할을 해냈다.
가족을 돌보고, 매일을 바쁘게 채우며
단단하고 실수 없이 살아가려 애썼다.
그 시절의 나는 ‘잘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역할들이
조금씩 내 손을 떠나고 있다.
그 후에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일’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눈에 띄는 재능은 없지만,
감정을 읽고,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말보다 마음을 먼저 건네는 일을
나는 오래도록 해왔다.
그동안 내가 해온 일보다
그 일을 해내던 태도와 마음이
지금의 나를 더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그림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이 떠오른다.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무언가를 그린다는 건
단지 그림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마주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시도가 지금도 가능하다는 사실은
나를 조금씩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오래된 호텔처럼,
고유한 나만의 결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금 이 시대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내 안의 무언가를 조금 더 밝혀가고 싶다.
예전엔 곁을 지키며
누군가를 빛나게 하기 위해 나를 다듬어왔다면,
이제는 내 안의 가능성을 꺼내
나답게 성취하고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
지금의 나는
그 방향으로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