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유난히 더웠다.
장마가 막 지나간 뒤의 눅진한 공기,
햇볕은 강하고 바람은 없었다.
그런 날, 나는 명동으로 향했다.
요즘 명동은 외국인들로 북적이는 거리지만
내게는 여전히 추억이 많은 곳이다.
젊은 날, 그곳에 간다는 건
뭔가 특별한 하루를 경험하는 일처럼 느껴졌었다.
반짝이는 거리와 붐비는 사람들 사이에
나도 조금은 빛나는 사람이 된 것 같았던 시절.
예전에 자주 먹던 칼국수가 떠올랐다.
그 맛 하나에 이끌려,
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명동으로 나섰다.
가는 길은 더웠고,
‘괜히 나왔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칼국수 한 그릇은
예전 그 맛 그대로였다.
나들이는 더운 것만 빼면 나쁘지 않았다.
명동은 예전 같진 않았지만,
그 시절의 나를 잠시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었다.
집에 돌아와 세안을 하고
화장대를 보니 화장품이 거의 다 떨어져 있었다.
어젯밤, 아침 배송으로 주문을 해두었는데
오늘 아침, 택배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화장품과 함께 작은 여행용 키트가 두 개 들어 있었다.
하나는 구성품,
다른 하나는 사은품이었을 것이다.
그걸 보며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이걸로 두 번은 여행 갈 수 있겠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9월쯤, 바람이 선선해지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질 것 같았다.
단순한 상상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 가벼워졌다.
오늘을 살아가는 일은
이처럼 소소한 것에서
다시 내일을 꿈꾸는 힘을 얻는 일인지도 모른다.
잠깐의 나들이,
작은 택배 상자 하나,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계절에 대한 상상.
나는 그렇게,
조금은 지치고, 또 조금은 기대하면서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