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2박 3일 일정으로 지방에 내려갔다.
늘 함께 아침을 먹고,
점심을 챙기고,
야채 주스를 갈아 건네며 시작되던 하루가
갑자기 비어버렸다.
처음엔 조금 홀가분했다.
아침을 늦게 먹어도 되고,
청소며 식사며
시간표 없는 하루를 나만의 리듬으로 보낼 수 있다는 건
작지 않은 자유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 여유가 꼭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할 일이 없어진 건 분명 편했는데,
하루가 길게만 느껴지고
내가 이 안에서 뭘 해야 할지
도무지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좋은 직장에 다니다
결혼과 이혼을 겪고,
지금은 무인점포를 운영하며 혼자 사는 지인.
그는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이젠 뭐든 내 맘대로 할 수 있어서 편하긴 해요.
그런데요,
혼자 밥을 먹는 게… 생각보다 외롭더라고요.”
직장 생활이 힘들다며 도망치듯 나왔는데,
막상 그 시절이 다시 그립고,
아이도 없고, 아내도 없고
벌어야 할 이유도 점점 희미해진다고.
그의 말이 요 며칠 내내 마음에 남았다.
자유는 분명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 자유가
나를 너무 가볍게, 너무 텅 빈 사람으로 만들진 않을까
문득 걱정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건 분명 선물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 선물은 어쩌면
예상보다 더 쓸쓸할지도 모르겠다.
자유 다음엔 무엇이 올까.
어쩌면 그다음은
‘나만의 리듬을 다시 찾는 일’일지도.
혹은 누군가와 나란히 밥을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자리를 만들어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