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by 유혜빈


나는 늘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조용하고, 착하고, 배려 깊은 사람.

누군가 불편해할까 봐 말을 아끼고,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갈등을 피하고 싶었다.

누구의 마음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늘 내 감정보다 상대의 감정이 먼저였다.

기분이 나빠도 웃고,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아무거나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내가 먼저 나서면 왠지 이기적인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는 게 ‘잘하는 것’이라 믿었고,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봐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어쩐지 마음 어딘가는 늘 공허함이 남아 있었다.


심리 상담을 받았다.


“당신 안에 당신이 없어요.

온통 다른 사람뿐이에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정확하게 내 마음을 찌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나를 비워가며, 다른 사람으로만 채우는 방식으로.


상담사는 말했다.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조금 이기적이더라도 괜찮아요.

당신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세요.”


그 말이 참 낯설었다.

“조금 이기적이더라도 괜찮다”는 말.

그건 단순한 허락이 아니라

그동안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못했던 삶의 방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남을 배려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나에게는 너무 무심했다.


싫어도 좋은 척,

힘들어도 괜찮은 척,

화가 나도 이해하는 척.


그 척들이 쌓여

나는 점점 나와 멀어졌다.


그래서 요즘,

나는 아주 작은 것부터 바꿔보려 한다.


“괜찮아요.” 대신

“사실, 좀 힘들어요.”

“아무거나 괜찮아요.” 대신

“나는 이걸 하고 싶어요.”


여전히 말하는 게 어색하지만,

조금씩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려 노력 중이다.


지금부터라도

좋은 사람보다는

진짜 나로 살아보고 싶다.


이번엔,

나를 위한 배려를 해보려 한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