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

살아있으려는 몸짓

by 유혜빈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었을 거라고.


그 말이 맞다는 걸 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지나고 보면’을 견딜 수가 없다.


밤은 깊었고,

어디선가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만

무심하게 공간을 긁고 있었다.

방 안은 조용했지만,

내 머릿속은 쉬지 않고 무너지고 있었다.


누가 다치게 한 것도,

누가 떠난 것도 아니었다.

세상이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괜찮은 척,

일도 하고, 인사도 하고, 웃기도 했다.

그러다 문을 닫는 순간,

나는 혼자였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감정도, 고통도 말라 있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

그게 가장 두려웠다.


사람들은 ‘극복’이란 말을 쉽게 쓴다.

힘들었지만 이겨냈다고,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찾았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어둠 속에 앉아 있다.

희망은커녕,

그저 오늘 하루만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감정들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완전한 무감각보다,

이 아픔이, 이 무게가,

그래도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라면.


나는 아직, 살아 있으려 애쓰는 중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