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나는 아직, 이 밤을 통과하는 중이다

by 유혜빈


누구와도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기를 꺼두고,

문도 닫아두고,

침대에 누웠다.


‘누가 날 찾기라도 하면,

그땐 일어나야지.’


조금은 그런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자도, 부재중 전화도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


세상은 멀쩡하게 잘 돌아갔고,

그 속에서 멈춰있던 건

나뿐이었다.


서운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어쩌면 나조차

나를 그렇게 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며칠이고,

그늘진 방 안에 나 홀로 있었다.

밖은 해가 지고 또 떠올랐지만,

내 시간은 여전히 멈춘 채였다.


가끔은 생각했다.

누군가 문을 두드려주면 좋겠다고.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고.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어도 좋으니,

그저 나를 꺼내주었으면 좋겠다고.


창문 너머

조용한 발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

어쩌면 누군가 이 어둠 끝까지

나를 찾아와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


사실은,

벗어나고 싶었다.

이 감정에서, 이 공간에서,

내 안의 정적에서.


그렇다고

당장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어느 날 문득

아무렇지 않게 나갈 수 있기를

막연히 바라고 있었다.


나는 아직,

이 밤을

통과하는 중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