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숨을 쉬는 자리

by 유혜빈



하루가 지나면,

무언가 해낸 것 같다.

일정을 채우고,

해야 할 일을 끝냈다는

작은 성취가 나를 붙든다.


하지만 그 속에

나는 얼마나 있었을까.


바쁠수록,

사람은 자신에게 무뎌진다.

느낌은 밀려나고,

감정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에도

여유가 사라진다.

작은 말에도 상처받고,

작은 실수에도 마음이 부딪힌다.


숨 돌릴 곳이 없으면

모든 것이 날카로워진다.

그 끝은 늘 후회였다.

말하지 말았어야 할 말,

하지 말았어야 할 반응,

그리고 꺼내지 못한 속마음.


그래서 이제는

틈을 남기기로 한다.


시간의 틈,

감정의 틈,

그리고 마음의 틈.


잠시 멈추는 시간.

말없이 앉아 있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 틈 안에서야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고,

뒤엉킨 생각은 매듭처럼 풀어진다.

묻어두었던 감정은

이름 없는 표정으로 피어난다.


틈은 게으름이 아니다.

삶이 다시 숨을 들이쉬는 시간,

마음이 저릿하게 다시 살아나는 순간.

틈은 무너지지 않기 위한 작은 연습이다.


틈이 있어야

빛이 들어오고,

틈이 있어야

마음이 여유를 배운다.


나는 오늘도

한 칸쯤은 비워 둔다.

그 작은 여백 안에서

내가 다시 살아난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