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희수 Jun 04. 2021

내 생애 가장 비싼 오징어 튀김

   뭐든 사 먹기보다 직접 해 먹는 편이라 장을 자주 본다. 며칠 전 마트에 들어서자 평소와 달리 강렬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아 이건 튀김이다. 어디선가 뭔가를 매우 튀기고 있다. 킁킁거리며 건물 안쪽으로 가니 카운터 밖 매대에서 튀김을 팔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만두, 지지난 번에는 호떡을 만들어 팔던 자리다. 그래 오늘 저녁은 메밀소바에 오징어 튀김이다. 가끔은 이런 메뉴도 좋지.


   장을 다 본 뒤 카운터를 빠져나와 튀김 가게 앞에 섰다. 그램 단위로 가격이 적혀 있긴 했으나 유심히 살피진 않았다. 어차피 혼자서 한 번 먹을 양만 살 텐데 나와봤자 얼마나 나오겠어 싶었던 것이다. 나는 가장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오징어 튀김 네 개를 골랐다. 직원 아주머니는 이걸로 되시겠어요? 하는 표정을 지으며 무게를 달았다. 13,000원. 개당 3,250원인 셈이다. 악랄한 가격이다. 아직 적절한 생산법이 갖춰지지 않아 상용화되지 못한 신약마냥.


   가격만 놓고 보면 그 절반 정도가 적당해 보이지만, 그렇게 되면 튀김이 두 개가 돼버리니 아무래도 너무 작고. 네 개 중에 하나를 빼는 것도 별 의미 없는 것 같아 그냥 구입하기로 했다.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이제와 다시 빼기도 뭣하다.


   한데 그 불편한 마음이 카드에 전해졌는지 어땠는지 결제 과정에서 몇 차례 인식 오류가 났다. 그 짧은 새, 나는 대번에 태도를 바꿔 속으로 ‘그래, 그대로 망가져버려도 괜찮아’라며 카드를 향해 기이한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구입하려는 자는 누구이고, 그를 막으려는 자는 누구인가.


   3,250원짜리 오징어 튀김은 맛있었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딱 1,625원 정도의 맛이었달까.





매거진의 이전글 야채 코너를 서성이는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