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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호우 Sep 30. 2015

선.

결승선은 출발선

언젠가 인스타그램에 이 사진과 글을 올린 적이 있다.

< 위 사진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


결승선인 줄 알았는데, 출발선이었네.


그렇다. 언제나 결승선인 줄 알았던 곳은 출발선이었던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유치원, 국민+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인턴, 사원, 대리 등등등. 심지어는 인터넷 기사를 클릭해서 다 읽고 나면 다른 기사의 자극적인 기사제목 덕분에 또 다른 기사를 읽다가 속절없는 시간만 하염없이 보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나만 그런건가?


어찌됐든, 하기 싫은 걸 하든, 하고 싶은 걸 하든, 할 수 있는 걸 하든, 뭘 하든지 상관없이 끝이 보이는 것들은 결국 무언가와 항상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이왕 하는 건데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지금 대충하거나, 잘 못하고나면 언젠가 / 반드시 예상치 못한 곳에서 - 작든 크든- 문제가 발생하고야 마니까.


내가 지금까지 한 것들 중에서도 내가 가장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 그러나 잘 하지는 못하는 - 글쓰기는 결승선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한 때는 배포/확산에 유리한(이라고 하지만 트위터 공동창립자였던 에반 윌리엄스가 만들었다길래 끄적거려봤던) 온라인에서의 글쓰기를 했던 적이 있다. 온라인 전문 글쓰기 서비스(?)인 Medium에 글을 올리다가, 한글 쓰기에 부적합한 포맷과 영작이 서툰 내 자신을 한탄하며 온라인 글쓰기를 오프라인으로 슬며시 옮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마라톤 대회에서 중도포기를 한 후에 집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하염없이 뜀박질이나 하는 기분으로 왠지 모를 큰 자괴감과 작은 분노, 잔잔한 처량함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카카오에서 브런치라는 온라인 글쓰기 서비스를 한다길래


또 다시 슬그머니 출발선에 섰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젠 완주를 목표로 내 주변과 내 마음 속에서 부유중인 잡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생각이다. 매우 진지하게 - 하지만 읽고나면 허탈할 정도로 가벼운 - 글을 쓸 예정이니, 기대없이 방문하여 영혼없이 탐독해주시길 바란다.


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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