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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호성 Jul 17. 2022

일에 관하여-1부

업무를 대하는 심플하지만 중요한 태도

당신은 왜 일하는가?
A.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B.   본인의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서
C.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과 변화를 주기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지만 내 생각엔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도 A를 선택할 것이다.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경제 성장에 국력의 대부분을 쏟아온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시민의식이 일=돈으로 형성되어 있다.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게 해주는 가장 안정적인 수단은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받는 고정 수입이다.


 그 이외에 달하는 나머지 사람들은 일=돈에서 조금 확장된 생각을 가지고 일을 대한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거나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하는 이들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보통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진로를 선택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으며 진로 이탈율도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수의 사람들 중에서도 극 소수의 사람들은 본인의 꿈을 이루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이들은 본인의 흥망성쇠를 초월하여 본인이 속한 사회와 넓게는 이 세상에 긍정적 변화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일을 한다. 영향력은 파워이기 때문에 이들은 대개 막대한 부와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래야만 주변에 영향력과 변화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절대적인 영향력에 차이가 있겠지만 단순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 역시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본인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일을 하고 있는지가 된다. 


일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바보다. 당신은 스스로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일반적인 수준의 지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변에 있는 무언가를 주워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을 모두 말해보라고 한다면 얼마나 많이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은 연필 한 자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는가? 우리가 식당에서 아무렇지 않게 시키는 메뉴의 조리법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연필 한 자루조차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면서 본인이 똑똑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생각보다 이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이런 점을 인지한다면 업무에 대한 태도가 조금은 바뀔 수도 있다.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움은 소수의 특정인이 우리를 위해 마련한 것이 아니라 한 분야에 능통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우리는 혼자서는 연필 한 자루 만들 수 없을지 몰라도 모여서는 한강을 건너는 튼튼한 대교를 지어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주어진 업무 하나만큼은 잘 해내야 하는 근원적인 이유가 된다.  


 일을 잘해야 한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주어진 업무에 정통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이 기업체에 속한 월급쟁이 건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이건 간에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100%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업무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적어도 그 분야에서 만큼은 완벽에 가까운 답변을 해낼 수 있는 것이 일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다.


 일에 대해서 정통하지 못한   이외의  들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사회에서 배척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직장에서 상사에게 온갖 아부를 떨고는 정작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유형이거나 품질이 좋지 않은 상품을 온라인 마케팅만으로 팔아 돈을 챙기고는 3 이내에 엑싯하고 사라질 사람들이다.


 자신의 업무에 정통하지 못한 채로 시간을 채워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면 그것보다 부끄러운 일이 있을까? 직급이 사우나 속 모래시계인가? 뜨겁고 참기 힘든 그 사우나에 아무 생각 없이 오래 앉아 있으면 장땡인가? 이제는 이런 넌센스가 개선되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이런 식의 ‘버티면 병장 달아주는 식’의 문화는 기업을 정체된 상태로 두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정체 상태에서는 아무런 개선점도 발생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일의 본질은 ‘정통’이다. 여러 분야에 능통한 것은 아닐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 정통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정통 해지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본인의 분야에 소홀한 사람들의 수가 늘면 늘수록 우리 사회는 발전이 아닌 퇴행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생각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즉, 일이란 그 분야를 막론하고, 단순히 개인의 먹고사는 문제에만 국한된 것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집단의 발전에 영향을 끼치는 하나의 작지만 신성한 행위로써 생각해야 한다.


 정리하면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내가 속한 집단을 이전보다 더 개선시키기 위해서다. 모든 발전에는 크나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 노력은 바로 자신의 업무에 정통해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는 다음 질문을 통해 쉽게 파악해 볼 수 있다.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될까?’ 불편을 겪는 사람의 수가 적거나 그 강도가 가볍다면 당신은 업무에 보다 많은 노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불편을 겪는 사람의 수가 많거나 그 심각성이 크다면 당신은 최선을 다해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를 독려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

 

 일에 대한 의미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지속성을 위해서다. 인생도 그렇지만 일 역시 별다른 생각 없이 하다 보면 아무런 곳에도 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빙빙 겉돌다가 끝나버린다는 말이다.


 일을 잘한다는 것과 일을 잘 해내는 것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능동성을, 후자는 수동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업무를 대하는 본인만의 철학과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월급을 받는 즐거움보다는 하루하루 본인이 타인에게 끼치는 긍정적 영향력을 통해 일의 보람과 기쁨을 축적한다. 반대로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은 업무를 대하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을 뿐이다. 주어진 일을 야무지게 끝내고 확실하게 일 처리를 해내지만 일을 대하는 데 있어 본인의 주체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들은 성과 혹은 본인의 안위만을 중심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둘 다 통상적으로 ‘일을 잘하는’ 범주에 드는 인재들이지만 가지고 있는 태도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이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근로자가 일을 대하는 이 태도가 바로 일의 지속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자는 본인의 일을 통해 삶의 의미와 기쁨을 느끼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일 한다는 것’에서 그다지 큰 보람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후자에게 일은 ‘잘 해내야만 하는 생존 수단’ 일뿐이며 그러므로 기회가 닿는다면 일을 그만둘 궁리를 비교적 쉽게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곳은 직장이다. 그런데 이 일이 하기 싫은 것이 되면 곤란하다. 인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에너지를 쏟는 것이 하기 싫은 일이 돼버리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참고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며 소주 한잔으로 울분을 삭이는가? 하기 싫은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면 인생이 고되다며 소주 마실 일이 있을까? 같은 일일지라도 일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종종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바꾸는데 큰 기여를 한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참는데 한계가 있다. 하기 싫은 일을 참고 하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누군가에겐 그게 1년이 될 수도, 3년이 될 수도, 20년이 될 수도 있지만 하기 싫은 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경제적 독립을 통해 하루빨리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일을 오래 한다는 것은 대개 극히 어렵고 대단한 일로 치부된다. 통상적으로 일이 고되고 힘든 것이라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을 바꿔보자. 일이 꼭 고되고 힘들어야만 하는가? 꼭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앞서 말했듯,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일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본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일에서 기쁨을 얻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이들은 ‘일=고되고 힘든 것’이라는 프레임을 ‘일=기쁘고 보람찬 것’이라는 프레임으로 대체시킨다. 그래서 대개 이들은 ‘워커홀릭’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며 야밤에도 사무실에서 기어 나와 종종 다른 직원들을 놀라게 하곤 하지만 이들에겐 악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다수가 일을 고통스러운 것으로 인지한다고 해서 꼭 일이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디자인은 쉽게 바꿀 수 있어도 기능은 바꾸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하는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서 ‘직장을 바꾸면 좀 괜찮겠지,’ ‘다른 일을 하면 좀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기능이 아닌 디자인을 바꾸는 일이다. 한 사람이 가진 기능이 동일한데 무늬만 바꾼다고 해서 과연 단시간에 기능이 바뀔 수 있을까? 어떤 일이던지 간에 일을 대하는 자세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일은 영원히 고통스럽고 힘든 것으로 다가올 것이다. 반대로 어떤 일을 하던지 간에 일이 주는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오랫동안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지 회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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