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22살 호주배낭여행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영어도 못하면서 무슨 용기로 떠났던 것인지.. 3달 계획으로 호기롭게 떠났던 여행에서 5주 만에 돌아왔을 때 나는 다시는 혼자 하는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고, 인터넷도 원활치 않던 시절이라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인 하루하루가 두려움과 긴장감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이랬던 내가 모험버켓 3가지 중 가장 먼저 '혼자 떠나기'를 적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흥분되었다.
22살 배낭여행 후 20대에 결혼과 두 아이의 출산을 했으니 지금까지 내가 한 여행의 대부분은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였다. 때문에 여행지의 선택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 등등을 결정할 때 남편과 아이들의 취향이 선택 1순위가 되었다. 내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느냐' 보다는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를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을 잃어버린 나의 고유성(그것이 무엇이었는지도 희미해져 버렸지만 무엇인가 있었던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에)에 대한 감각을 다시 깨우고만 싶었다.
30대에 짧은 외국생활을 하며 막연히 40살이 되면 파리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파리.. 뭔가 가난한 생활도 낭만적일 것만 같지 않은가... 그러나 막상 40대가 되고 보니 나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노쇠해져 버렸다. 낭만은 무슨 집 떠나면 생고생이지 싶은 마음만 계속 들었다. 그렇지만 떠나야만 했다. 내 안에 잃어버린 감각을 깨우기로 어렵게 마음먹지 않았나. 그렇다면 나는 어디로 떠날 수 있을까...
그때 운명처럼 WBC 매직이 발휘되었다. 우리 농장에서 있었던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모임에서 나의 텐트메이트였던 N이 급 결혼이주를 결정하고 '놀러 와'라고 말해주는 게 아닌가!
(여기서 잠깐... N의 '놀러 와, 재워줄게.'는 여느 일반인의 인사치레와 같지 않음을 나는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마음이 움찔움찔 동요되고 있을 때 M은 여행뽐뿌를 위한 단톡방을 만들어 나와 비슷하게 '갈까? 말까?' '갈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이쯤 되니 자연스럽게 나의 이름하야 '해방여행'의 행선지는 N이 결혼 후 살게 될 나라로 결정되었으니 그곳은 다름 아닌 애증의 핀란드! 익숙한 듯 낯선 그곳. 나의 마무리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있는 그곳을 나는 무려 10년 만에 다시 가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