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9편
어제의 난
무식한 여행을 시작했다
지도도
나침반도
지피에스도
핸드폰도
아무것도 없이
모래바람을 따라 목적지를 찾아가는 별 것 아닌 여행
한참을 잘 지나왔고 견뎌왔다
예상대로 큰 무리가 없었다
모든 것이 식은 죽 먹기였기에
이번 여행이 조금 우습게 느껴졌다
남은 건 열 걸음 후 마지막 방향조절
꽉 쥔 주먹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더 힘을 줘야할지 몰랐다
별 수 없이 주먹에 힘을 더 주었다
손가락 마디 마디가 끊겨져 나갈 정도로
피가 통하지 않아 주먹이 새하얗게 변해버릴 정도로
바람에 흘러가는 모래가 야속했다
열번의 걸음 후 오늘의 내가
남아있는 모래를 확인하려고
주먹을 펼쳤을 때
손바닥엔 흉물스럽게 남아 있는 모래 자국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