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리오: 데이 오브 더 솔다도
You daughter is deaf?
She was.
I'm sorry.
마약 카르텔이 테러리스트들을 국경으로 수송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CIA 작전 총책임자 맷(조슈 브롤린). 그는 가족이 카르텔에 의해 살해당한 의문의 남자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이들은 정의뿐 아니라 그들의 룰도 버린 비밀 작전을 감행하게 되는데··· (출처: 구글)
감독: Stefano Sollima
각본: Taylor Sheridan
출연: Benicio del Toro, Josh Brolin, Isabela Moner, Jeffrey Donovan, manuel Carcia-Rulfo, Catherine Keener 등
They want me to cut ties. You got to get rid of her.
재미없어. 무슨 내용이야? 스토리가 없네.
정말 재밌게 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는데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용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영화 소개서에 사기성이 없었기에 더욱더 이해할 수 없었다.
시카리오 1은 이념의 대립이다. 각기 다른 세 개의 이념이 팽팽하게 대결하는 구조로 반전을 꾀하는 탄력 있는 스토리가 있었다. 거기에 감독과 배경, 음악과 연기가 아주 잘 조화를 이뤘던, 그 해 완벽한 영화 중 하나였음이 분명했다.
먼저 2편은 이념의 대립이나 주인공 알레한드로의 복수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에밀리 블런트가 빠진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역할은 1편에서 에밀리 블런트 역의 존재 이유였고. 트레일러만 봐서는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이 이념의 대립에서 두 남주인공의 감정 변화로 중심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없다.
아마 이 때문에 착각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시카리오 2는 두 주인공의 정서적인 부분과 감성적인 부분의 발달 과정을 그렸다. 뜬금없다고 느껴질 법한 배우들의 표정연기를 꽤 오랜 시간 동안 잡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1편에서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채 그들이 갖고 있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잔인함을 일삼았다. 감정이란 쓸데없는 사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사치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후에 파멸을 가져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케이트가 그저 로봇같이 느껴지는 맷과 알레한드로의 중심에서 팽팽하게 다가설 수 있었다.
하지만 2편은 달랐다. 그들은 정서적으로 변했다. 특히 가족의 복수를 위해 맷(조슈 브롤린)과 함께 일하던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의 심경변화가 가장 크게 일었다.
맷과 알레한드로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폭탄 테러의 복수를 위해 멕시코의 두 마약조직 사이에서 전쟁을 불러일으키려고 한 조직의 딸을 납치했다.
미국 정부는 복수를 원했고,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업무를 아주 기똥차게 해낼 수 있는 맷, 잔인함과 더러움의 대명사인 그를 현장 책임자로 발탁했다. 그리고 맷은 자신이 '이용한다(영화 초반)'고 생각하던, 하지만 실제로는 '진실되기 믿는 몇 안 되는 동료이자 친구(영화 후반)'였던 알레한드로를 부른다. 맷과 알레한드로 팀은 멕시코 카르텔 조직의 보스 딸인 이자벨라(이자벨라: 배역 이름과 본명이 같지만 스펠링이 다르다.)를 납치하면서 상대 조직이 꾸며낸 일처럼 만들었다. 그래서 폭탄테러의 복수 차원으로 미국 정부는 전혀 개입되지 않은 멕시코 카르텔 조직들끼리의 전쟁을 불러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카르텔의 돈을 받아먹던 멕시코 경찰이 이들을 공격하면서부터 이야기가 바뀐다. 그리고 베니치오 델 토로의 ‘알레한드로’의 심경 변화는 이자벨라로부터 온다. 그는 이자벨라에게서 자신의 딸을 봤다.
알레한드로는 1편의 케이트(에밀리 블런트)에게서도 자기 딸의 모습을 봤지만 케이트는 이미 다 큰 성인이었기에 감정 기복이 크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정서적으로 엮일 만한 사건도 전혀 없었고. 하지만 2편에서 자기가 납치한 이자벨라와, 농아(청각 장애인) 부부를 만나게 되며 심경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의 딸도 농아였기 때문이다. (물론 베니치오 델 토로의 캐릭터 해석 인터뷰에 따르면, 1편과 2편 사이에는 시간적 갭이 있고, 그 갭에서 '알레한드로'가 이미 심경적으로 많이 변했다고 한다(아마 케이트를 통해서이지 않을까).)
이런 작고 소소한 부분(특히 이자벨라와의 대사)을 통해 알레한드로가 많이 변했다(영화를 두 번 봤는데 처음 볼 땐 자막을 안 보고 두 번째에서 자막을 확인했다. 개인적으로 자막이 많이 아쉬웠다. 알레한드로와 이자벨라가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면서 대화하는데, 그 두 언어가 갖는 감정의 차이를 자막으론 확인하기 어려워 보였다. 난 그 두 언어를 섞어 쓴 이유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자벨라를 안심시키려고 할 때는 이자벨라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사막에서 멕시코 경찰들과 총격전 후, 도망간 이자벨라를 찾아 차에 태울 때, 이자벨라 신발 속에 GPS를 넣을 때 등-). 그가 갖고 있던 이념이 바뀌게 되고 이로 인해 알레한드로는 결국 멕시코 조직에게 붙잡히고 만다.
이를 지켜보던 조슈 브롤린의 맷 역시 이념적으로 변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맷이 알레한드로를 생각하는 방향이 많이 바뀌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조슈 브롤린은, 맷이 영화 초기엔 단순히 '가족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언급하며 '총 겁나게 잘 쏘는 용병'정도로 바라보던 알레한드로에 대한 시각이 후반으로 갈수록 '진심으로 믿던 동료이자 친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심경변화가 제대로 느껴졌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장 크게 와 닿았다. 이자벨라를 죽이지 않고 헬리콥터에 태우며 했던 말. 알레한드로가 맷에게 마지막 무전으로 얘기했던 '이자벨라 미국으로 데려가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넣을 거야'라는 그의 유언(이었던)을 지켜주려는 것 같았다(이 상황에서 North를 계속 '북쪽'으로 번역했는데 이 상황에선 방향보단 '미국'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알레한드로 역을 맡은 베니치오 델 토로는 말할 것도 없고. 와. 어떻게 연기를 저렇게 잘할까. 진짜 깜짝 놀랐다. 대단한 배우다. 사막 씬에서 죽은 아이의 곁으로 기어가 벨트로 테이프를 끊은 후, 팔 저림을 연기하던 건 진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실제로 저려서 그랬던 건지, 아님 연기였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케이트 역을 맡은 에밀리 블런트가 1편에서 멕시코로 처음 들어갈 때, 멕시코 시내에서 발견된 시체들을 차 안에서 바라보던 보던 표정은 연기가 아니었다. 물론 다리에 매달려 있던 시체들은 연출이었지만, 그 당시 에밀리 블런트는 실제로 멕시코 음식 잘못 먹고 장염에 걸렸고 감독과 배우는 그냥 모습을 그대로 찍어 영화에 실었다.) 어쨌든, 아무리 생각해도 굉장히 섬세한 배우임이 틀림없다. 촬영 중간에 잡힌 인터뷰를 보면 그 배역에 그대로 빠져들어 실제 자신이 맡은 배역 특징과 성격 그대로 인터뷰하던데. 역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도가 엄청난 것 같다.
전체적으로 한 가지 좀 아쉬웠던 점은 스페인어 번역이었다. 좀 더 정확히 번역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특히 영화 후반에서 버스 안 대사들이 의역인지 오역인지 알 수가 없었다. 스페인어 대사와 많이 다른 것 같아 보였다. 내가 간신히 알아들은 일부가 자막과 달랐다. 뭔가 했다.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시는 분들이 보게 된다면 '도대체 뭔 뜬금없는 말이야.'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았다.
위키(영문판)에 따르면 원래 1편 감독과 3명의 주인공들이 모두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촬영을 앞두고 감독이 제일 먼저 교체되었고(기사를 찾아봤는데 이런 부류의 영화를 찍기 위해선 깡이 좀 있어야 되는데 드니 빌뇌브는 그럴만한 깡이 없다고 바뀐 이탈리아 감독이 얘기했다: https://www.hollywoodreporter.com/heat-vision/sicario-2-why-denis-villeneuve-wasnt-involved-day-soldado-1123633), 그다음 에밀리 블런트도 빠졌다. 감독이 새로 교체된 날은 2016년 6월 1일. 촬영 시작은 2016년 11월 8일이고, 에밀리 블런트는 2016년 11월 경부터 출연진 이름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아 새로운 감독이 들어오고, 속편이었던 각본이 조금 바뀌면서 아마 제작팀과 많은 대화 후에 스스로 빠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왜냐면 전 편의 출연 이유가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여성(힘없고, 나약하며, 남자 주인공을 받쳐주기 위해 묘사되는 특징들이 제외가 되었다고 인터뷰했음)을 다루지 않았다고 느껴졌기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었기 때문이다(각본가는 바뀌지 않았다. 이 분의 말에 따르면 에밀리 블런트가 맡은 케이트의 이야기가 없어서 제외했다고 한다: https://www.cinemablend.com/news/1589950/why-emily-blunt-isnt-in-sicario-2-according-to-the-writer). 아 그리고 감독이 바뀌면서 촬영감독이랑 편집감독도 바뀌었다. 그래서 화면 전환이나 촬영 기법, 편집 방법 등이 많이 달라졌다. 또한 시카리오 2는 1편의 속편이 아니라 스핀 오프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그대로 따다 만든 독립된 영화로 보는 게 좋다.
You have no reason to trust me, but trusting me is how you’re going to survive.
주인공 CIA의 맷 역을 맡은 조슈 브롤린의 인터뷰(1편과 2편의 차이를 여기서 가장 명확하게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