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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Ing Jan 04. 2024

240103 나는 미국의 무직 개발자

아메리칸 드림의 꿈

1년이 지나고 다시 무직이 되었다. 그 사이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24년 나는 6년차 개발자가 되었고, 많은 아끼는 동료, 친구, 가족을 두고 미국에 와있다. 어쩌다보니 미국에 거주하게 되었고, 일을 할 수 있는 허가도 받아놓았다. 


처음 미국에 가게 되었을 땐 MBTI N으로서 수퍼 상상력이 발동되었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회사에 들어가서 인정받고, 많은 것을 배우고, 지식을 나눠 유명해지고, 그로 인해 한국으로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또 설레발 전문이라, 좋은 회사들의 높은 연봉의 채용 공고를 볼 때마다 수 많은 상상을 했다. 

만약 OpenAI(chatGPT 회사)에 붙었는데 실리콘밸리 오피스로 꼭 출근해야 하는거면 어떻게 하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나? 아니면 주말마다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하나?


미국에 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직장 동료들할때 할 때에는 좀 더 과장이 붙었다. 

"제가 미국에서 성공해서, 강의도 하고 책도 쓰고, 유명해 진 다음에 유퀴즈 출연하고 좋은 곳에 이사쯤으로 스카웃 되어서 돌아올게요!"


미국으로 출국하기 좀 전 부터는 좀 크게 왔다갔다 했다. 엄청 잘 될 것 같다가도, 이렇게 큰 소리 치고 왔는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돌아오면 어떻게하지...? 하는 걱정에 다운되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취업은 솔직히 크게 어렵진 않았다. 재수없게 들릴 수 있지만 첫 취업은 내 학교의 이름이 도움이 많이 되었고, 그 이후의 취업에선 학교와 첫 취업한 회사의 이름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미국에서의 취업을 생각하면 막막한 느낌이다. 똑같은 이력서여도 학교나 회사의 이름들만으로도 채워지는 것이 있었다면 지금은 설명이 주저리 주저리 필요하다. 이 학교는 어떤 곳이고 이 회사는 어떤 곳이고 이 프로젝트는 뭐고... 주저리 주저리...


과연 학교나 회사의 이름 없이도 내가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런 이름들을 빼면 나는 나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이제야 비로소 오로지 나 자신만 남은 느낌이다.




12월 마지막주, 미국의 크리스마스 연휴 때 나는 새 이력서를 작성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슨 프로젝트에서 어떤 기여를 했는지, 회사 이름이 없이도 와닿는 이력서를 쓰기는 어려웠다. 다시 보니 이전 이력서는 엉망이더라. 


이제는 나만 남았다. 물론 내 수식어들이 완전 없어지는 것은 아닐거다. 지금도 링크드인에 주렁주렁 달고 있기도 하고, 같은 배경을 가진 한국인들이 글로벌 회사들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그게 내게도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나'에 좀 더 집중해 돌아보고 싶다. 그런 이름들이 없는 내가 잘 팔릴 수 있도록, 진짜 계급장 떼고 붙어보는 거다. 


좋은 옷은 만져보기만 해도 느껴진다. 미국에서의 시간이 나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지만, 이 낯선 땅에서 꼭 무언가는 이루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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