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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Ing Jan 08. 2024

240107 새로운 기회의 땅에서

60개의 어플라이, 8번의 탈락, 그리고 1번의 온라인 시험

12월 마지막주 준비한 이력서를 소중히 들고, 새해 첫 날부터 나는 수 많은 어플라이를 했다. 1월 1일까지가 미국의 연휴니 이 사람들이 1월 2일 출근해 열어놓은 포지션을 닫아놓기 전에 지원을 해 놓고 싶었다. 내 기억으로는 1월 1일 하루 동안 약 35개의 어플라이를 했던 것 같다. 노션, 깃헙,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등 멀리서 꿈만 꿔오던 회사에 내 이력서를 넣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Job Description을 보면 내가 합류했을때 할 일이나 당신이 1주, 1달, 3달동안 겪을 일들이 나와있다. 깃헙 개발자들과 만나 티타임을 하고, 노션의 일부분을 직접 개선하고, 에어비앤비의 데이터를 직접 본다니! 미국에 와 적법하게 일 할 수 있는 지금이 믿기지 않았다. 어쩌면 이렇게 남편에 의해 비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영영 꿈조차 꾸지 못했을 것이다.


링크드인에 미국으로 간다는 소식을 올린 후 두 분이 DM을 보내오셨다. 본인도 미국 취업을 꿈꾸고 있는데 미국 취업을 할 수 있는 비자는 어떻게 얻으셨냐는 질문이었다. 그냥 내가 얻은게 아니라, 운이 좋아 얻어진 것이라는 대답밖에 해 드릴 수 없었다.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닌 기회에 조금 부끄러우면서도 내가 얼마나 큰 기회를 얻은 것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그 후 일주일 동안 나는 20여개의 포지션에 더 지원했고, 거의 8개 정도의 job에서 탈락했다. 거의 매일 두 세개씩은 탈락 메일을 받았다. 지나가는 얘기로 하고 싶은게 있는데, 이 미국의 job process 관련 메일들은 받았을 때 급한 마음에 비해 내용이 바로 안 읽힌다. 영어로 써있기도 하고, 대충 읽으면 그래서 떨어졌다는겨 붙었다는겨 싶을 정도로 내용이 두루뭉실하다. "너의 이력서 잘 봤어 너의 스킬과 경험이 지원조건에 잘 맞지만~~ 아쉽게도 우린 다른 후보자와 함께 하기로 했어~." 이제는 메일을 볼 때 내용에 'Unfortunately' 나 'other candidate'와 같은 단어를 먼저 찾는다. 


좋은 소식도 있었다. 한 큰 회사에서 온라인 시험을 보라는 메일도 왔다. 그 날은 1월 3일 이었는데, 오전에 벌써 두개의 탈락 메일을 받았던 때였다. 당연히 잘 안되고 힘들거라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겨우 서너개 떨어졌다고 그새 마음이 불안해졌었다. 퇴근한 남편과 이야기하며 불안한 마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던 때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나는 거의 무음모드로 살지만 1월부터는 언제 메일이 올까 싶은 마음에 무음모드를 해제했다.) 인스타 알람 같은걸까 싶다가 뭔가 신경쓰여 핸드폰을 봤다. 작년에도 탈락메일을 받았던 회사의 메일이었다. 뭔가를 하라는 메일 내용이길래 이게 뭔가 하고 다시 자세히 봤더니 온라인 시험을 치라는 내용이었다. 정말? 드디어 한 번이라도 서류가 통과한건가? (아직 모두에게 온라인 시험을 보라고 한 건지 서류를 통과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일주일의 그래프를 그리면 아마 진폭이 크고 주기가 매우 짧은 삼각 함수와 비슷할 것이다. 1월 3일은 고점인 날이었다. 그 이후로 매일매일의 기분은 극성맞게 왔다갔다 한다. 코딩테스트 준비가 잘 될 때에는 다시 올라가 뭐든 될 것 같다가, mock test를 치고 예상보다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다시 다운된다. 기술 질문 대비를 위해 Javascript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영어로 아는 것을 어떻게 정확히 표현할까 싶은 생각에 아무 것도 안 될 것 같은 걱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물론 종종 우연치 않게 다가오는 기회도 있었고, 그 때는 또 미국에서 성공해 금의환향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구름위를 걸어다니기도 한다.


이렇게 일희일비하는 와중에 링크드인에 공유한 지난 번 글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내 개인적인 얘기를 링크드인에 올리는 게 과연 어떻게 보일까? 운 좋게 미국에서 일 할 수 있게 된 내가 뭐라도 된 거마냥 글을 쓰는게 혹시나 같잖아 보이지는 않을까? 이제와서 취준이 어렵다고 하는게 재수없어 보이지는 않을까? 싶은 걱정에 사실 공유하는 글을 저장해놓고 이틀은 망설였었다.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응원 댓글을 받고, 미국에서 일 하고 있는 한국 분들에게도 일촌 신청을 받았다.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과정이 어떤 결과로 끝나든, 과정 자체로도 많은 것이 남는 여정이 될 것 같다. 


취준 첫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오늘의 마음은 마이너스이다. 회사가 일하지 않는 주말이라 합격이든 탈락이든 메일이 오지 않아 빨리 평일이 되었으면 하고, 온라인 시험을 준비하는 마음은 불안해 빨리 그냥 시험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다잡는다. 운이 좋게 내게 다가온 이 기회를 불안과 걱정에 벌벌 떨며 보내버리지는 않으리라고. 나는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었다고. 이번 기회를 통해 다른 문화, 더 큰 시장에서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인정받아 보겠다고. 내 이력을 뛰어넘어 내 이름 세글자 만으로도 기억남는 사람이 되어 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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