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u Ing Jan 12. 2024

240111 막무가내로 해보기

막무가내로 메세지 보내기, 막무가내로 시험 쳐보기, 막무가내로 일기 쓰기

지난 일요일 일기를 올리고 이전 일기보다 더 많은 반응을 받았다. 사실 그 이후 목요일인 오늘까지 무슨 일기를 써야 할지 많은 고민이 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무슨 얘기를 좋아할까... 싶다가 그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미국에서 취업하는 일기를 쓴 것뿐이고, 그걸 우연히 사람들이 좋아해 준 건데 갑작스럽게 관심 좀 받았다고 일기가 아닌 아는 척하는 거짓 에세이를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음을 털어놓고, 오늘도 진짜 일기를 쓰기로 다짐한다.


지난주 수요일 A 회사로부터 온라인 과제를 제출해 달라는 메일이 왔다. 지난 일기에도 적었지만 나의 첫 불합이 아닌 메일이었다. in the next week에 과제를 제출해 달라는 얘기가 있어 '다음 주 안에만 하면 되는구나' 생각했고, 그다음 주 수요일에 시험을 시작할 계획을 했다. 


메일을 받고 바로 검색을 해봤다.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찾아보니 어떤 사람은 알고리즘 문제가 나온다 하고, 어떤 사람은 프론트엔드 직무면 UI 구현 문제가 나온다 한다. 또 어떤 사이트에서는 Closure 가 뭔지 같은 문항이 출제된다고도 하더라. 일단 다급한 마음에 링크드인으로 달려갔다. A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Frontend 직군 한국인을 찾아 다짜고짜 메세지를 날렸다. 


막 보낸 메세지가 부끄러워 일부러 깨지게 했...


총 세 분께 급한 대로 메세지를 보냈다. 인터뷰를 겪은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이게 아무리 검색결과가 잘 나와있었어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해주는 얘기가 듣고 싶었다. 이런 저지름(?)은 처음이라 긴장에 핸드폰만 보고 있었는데 그중 한 분께 바로 답장이 왔다! 혹시 어떤 게 궁금하냐는 답변에 머릿속을 뿌옇게 하던 걱정을 헤치고 정말 알고 싶은 것을 정리해 보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보낸 메세지에 답변해 준 것만으로도 뭔가 내 과제전형이 잘 풀릴 것 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 그다음 날 오전까지 해서 세 분께 모두 답장을 받았다.


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답변과 응원을 받아 (거의 온라인 과제를 안 치른 분들이었지만) 열심히 준비해 나갔다. 다행히도(?) 다른 회사와의 인터뷰나 과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나름 널널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또, 크리스마스 연휴가 꼈음에도 일찍 도착한 나의 첫 공홈 내돈내산 맥북도 한 역할을 했다. 개발자가 아닌 백수는 맥북을 내돈내산 해야 한다...


나의 1주일간 일상 --- 아침에 일어나 쉬거나 링크드인 알림 창을 신기하게 보거나 고양이들과 뒹굴거리다 점심을 먹고 알고리즘 문제풀이를 시작한다 - Leetcode와 Hackerrank에서 문제를 풀었는데 Leetcode는 정돈된 알고리즘 위주 문제가 좋다면 Hakerrank는 좀 더러운 problem solving 위주의 문제도 있고, 내가 시험본 A사와 비롯한 회사들이 쓰는 플랫폼이라 두 사이트를 함께 사용하는 게 좋은 것 같다 - 그리고 behavior question에 준비하기 위해 마치 법전을 읽듯 회사 가치관에 대해 달달 읽고 나의 상황에 맞는 답변을 준비한다. 또 frontend 특화 문제가 나올 수도 있으니 Javascript, CSS에 대한 기초도 다시 다진다.


내가 코딩테스트를 준비하는 게 이번이 4번째인데, 첫 번째 두 번째까지는 완전 잼병이었다. 난 코딩테스트, 알고리즘 문제풀이에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기도 해서 항상 이직할 때마다 코테는 피하고 싶은 존재였다. (코딩테스트에 대한 얘기는 또 다음에 풀어야겠다.) 하지만 세 번째에 조금 괜찮은가? 나 코딩 좀 늘었나 싶더니 이번엔 좀 치는 것 같다...! 이전에 준비하면서 leetcode를 거의 150문항 넘게 풀었고, 지금까지 여러 테스트를 치렀던 것이 시간이 지나도 다 없어지지는 않았나 보다.


Javascript 나 CSS에 대한 질문에 준비하는 것은 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누군가 Closure나 Promise가 뭔지 물어본다면 한국어로는 JS 특징부터 시작해서 왜 그게 나왔는지~~ 이렇게 저렇게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영어로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만 했다. 원래도 정석적인 답변을 외우기보다 내가 컴퓨터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을 잘 설명해 가며 기술면접들을 해쳐 왔는데, 영어로는 영 한국어만큼 쏼라쏼라 대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번엔 그냥 다시 정식으로 공부한다 생각하고 ChatGPT에게 물어봐가며 학습했다. 


아휴, 이 Javascript, CSS에 대한 질문에 100% 교과서처럼 답변하긴 무리겠다 싶은 생각이 들던 때, 문득, 과제 메일에 적혀있던 'in the next week'가 내가 생각하는 게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거 다음 주 맞아..? 다음 한 주간 아니야...? 남편과 함께 검색해 보니 다음 주 일요일까지가 아니라 그냥 7일 내에 제출하라는 얘기였다...!


계획을 전면 수정해 7일째 되는 날인 화요일 오후에 시험을 치렀다. 엥 근데 알고리즘 문제도, Javascript 질문도 아니었다. 내가 받은 두 문제는 모두 IDE를 웹 화면에 주고 UI 요구사항을 HTML, CSS, JS로 구현해 UI 테스트 코드들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였다. 아니 React compoent 들을 구현할 거 정도는 예상했지만 갑작스럽게 맞이한 Vanilla JS에 머리가 순간 띵 했다.


하지만 천만 다행히도, 나에게 아주 처음 겪는 과제는 아니었다. 지난 일요일쯤 이력서를 마구 넣다가 Hackerrank 코딩테스트 링크를 걸어놓은 회사를 발견했다. 코테 치고 결과 좋으면 연락할게~ 같은 거였나 보다. 뭐 한번 해보자 싶어 들어갔는데 딱 HTML, CSS, JS로 UI를 구현하는 문제였다. 만약 그 과제를 한번 겪지 않았더라면 document에서 element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벤트는 어떻게 다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헤매다 끝났을 것이 분명했다. 아무 생각 없이 시도했던 게 이렇게 A회사의 온라인 시험에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역시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는 건가?


시험을 제출하고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저녁 준비를 하다 핸드폰을 봤는데 A 회사로부터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너를 인터뷰에 초대하고 싶어!" 통과다!! 알고 보니 시험 제출하자마자 거의 바로 온 메일이었다.


나는 이제 첫 Phone interview를 준비한다. 이번에도 대체 뭘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엔 연락할 리크루터 메일이라도 있다. 또 막무가내 짓을 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철판도 계속 깔면 무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리크루터가 한국처럼 답장을 바로 주진 않는다.... 증믈...) 


예상치 못한 응원과 도움, 만남, 제안이 계속되는 하루하루다. 아직 취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0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탈락은 이제 점점 익숙해진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받는 응원은 전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몰라 이렇게 계속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나 남긴다. 내가 잘 돼서 베풀 수 있는 날이 꼭 온다면 좋겠다. 


그리고 (동물을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함께 침대에 누워 잠꼬대 ASMR을 들려주고 있는 고양이들의 사진도 남긴다.


갑자기 세트로 털을 핥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