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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Ing Dec 31. 2023

나의 도전일기 (1)

2년차, 프론트엔드에서 백엔드로 포지션을 변경하다

지금은 다음 이직을 위해 이력서를 다시 작성하는 중이다.

이력서를 정리해 한 장으로 만들려다보니 몸 담은 곳이 많아 추려내기가 어렵다.

참 변화가 많은 커리어였다.

쉬는 기간 제외하고 5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세 곳의 서로 다른 규모의 회사에서 있었으며, 거의 6개의 프로젝트를 했고, 모두 도메인도 다르고 성격도 달랐다.

심지어는 한번 포지션 변경까지 했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에서 백엔드 개발자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커머스 스타트업에서 게임 업계로.

지금은 심지어 새로운 나라의 회사로 이직하려 준비하고 있다.

나는 이 5년 반의 여정을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누군가가 보기에는 프론트엔드는 4년 한 사람이라 시니어라 부르긴 그렇고, 이름 모를 작은 회사에서 뭘 배웠을까 싶기도 한가 보다.

내 변화와 도전들이 나에겐 충분히 의미있는 것들이었으므로 그 이유와 얻은 것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첫 커리어를 초록색 대기업에서 시작했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는 HCI 분야 - 쉽게 UX와 관련된 연구라고 하자 - 대학원을 지망했었다. 하지만 당시 지망하던 연구실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를 알아보다 그 좋은 회사를 들어가게 되었다. 

프로그래밍은 똥손인 내게 멋진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는 좋은 도구였다. 초록 회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래서 프론트엔드 개발자에 좀 더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난 내 개발자 커리어를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시작하게 되었다.

큰 회사에서 경험해보는 프론트엔드 개발은 즐거웠다. 내가 만든 것을 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니 짜릿한 시간이었다. 추석 연휴때 빈 사무실에서 버그가 발견되어 긴급 대응했던 것 조차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 짜릿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조금씩 웹 서버를 위한 백엔드 코드를 짤 때면 별로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턴 프론트엔드 개발에 조금씩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 세계는 세대교체가 너무 빠르다. 애초에 역사가 깊지 않은 세계라 정론이란 게 없는걸까. 매번 새로 뜨는 것을 익혀야 하는 것이 지겨워졌다. 아니 멋진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팀을 옮기는 결정을 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포지션에 대한 부분이었다.

혹시 내가 다른 포지션이 더 잘 맞는 걸 수도 있지 않을까? 경험해보지 않고 어떻게 프론트엔트가 내게 제일 잘 맞다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맨 처음 선택할 때에도 별 고민 없이 선택한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프론트 1년 반 이후, 나는 백엔드 개발자로 포지션 변경을 했다. 백엔드 개발이 뭔지 하나도 모른 채 다른 팀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백엔드 개발자로 다시 시작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당시 사용하던 프레임워크인 Spring boot는 너무 큰 산이라 이해하고 제대로 백엔드 개발을 하기까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Java 프로그래밍 언어 역시도 기존에 웹서버를 위해 사용하던 것과 이해해야 하는 수준이 달랐다. Java와 Spring boot가 끝이 아니었다. 백엔드 개발자에게는 해야하는 일이 더 있었다. 시스템 설계, 데이터 테이블 설계, SQL 쿼리 작성, 시스템 관리, 로드밸런싱, CI/CD, batch 관리 등 프로그래밍 외의 것들이 많았다. 

또한 1년차를 뗀 나름 "2년차"라는 나의 명칭과 달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은 더 많은 압박감을 느끼게 했다. 겨우 1인분을 하게 되었다 생각했는데 다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회사에서 1년차와 2년차는 다른다. 2년차는 정말 1인분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내가 선택한 것이니 내가 해내야 하는 것이었다.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버티며 나는 드디어 백엔드 개발자로 1인분을 해 낼 수 있었다. 백엔드 개발자를 진실히 겪어보고 나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나는 백엔드에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풀타임 백엔드 개발자로 1년 반을 투자하고 나서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보이는 것을 만드는게 즐거웠다. 하지만 백엔드 개발은 그보다 뒤에서 빠르고 안전한 뒷배를 만들어 주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보니 뭔가를 해 내도 관심을 못 받는 느낌이라(?) 크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프론트엔드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는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3년을 버텼고,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떤 포지션으로도, 어떤 팀에서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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