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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Ing Feb 02. 2024

240201 새로운 한 달의 시작

이게 다 우주의 기운이 모이는 것일 뿐이라고.

이번에는 일주일 만에 일기를 쓴다. 그동안 바빴다기보다는, 일기 하나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지난번 일기에서 통과했다고 생각한 폰스크리닝에서 결국 떨어졌다. 리크루터가 next step에 대해 얘기했지만 다음 스케줄을 바로 잡지 않는 것에 불안함을 느꼈는데, 이틀 후 금요일 noreply로부터 이 포지션에 대해 더 적은 인원과 인터뷰를 보기로 결정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하루하루 지나며 어렴풋이 예상했던 결과라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쉽지도 않았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까. 나는 최선을 다했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줬으니 그 이상은 내 손을 떠난 것일 뿐. 


금요일엔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온 한국분과 커피챗을 했다. 본인이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나를 추천했다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 글 쓰는 게 밥은 못 먹여줘도 이런 작은 기회들을 업어다 준다. 내가 눈에 띄었다는 말이 고마웠다. 이 넓은 미국 땅에서 갓 이주한 외국인이 어떻게 눈에 띄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드는데, 많은 희망이 생기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스타트업 대표님과 이야기도 나눠볼 수 있었다. 비록 인터뷰까지 진행할지는 모르겠지만, 문을 100번 두드려 한 두 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나의 현재 상황에 비하면 회사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토요일엔 지난 팀에서 같이 일했던 분과 온라인으로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잘 지내는지, 나의 이전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분은 잘 지내는지, 나는 잘 지내는지. 떠난 회사의 사람과 퇴사 후에도 연락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끝까지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나와 이전 동료들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나의 빈자리가 크지 않으면서도 컸으면 좋겠는 건 이기적인 마음일까? 그래도 부디 내 동료들이 잘 마무리해 좋은 결과를 내기를 바라는 마음 더 크다.


일요일엔 역시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온 한국인 학생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대학교 졸업학년을 보내며 취업 준비했던 경험을 나눠주었다. 이력서 피드백도 받고, 꿀팁도 받고, 미국 취업 시장에서 당했던 일들도 알려주었다. 불합격 메일을 못 받는 건 별 일도 아니고, 온라인 시험에 통과했지만 면접이 안 잡혀 탈락했던 일도 있다고 했다. 왠지 나의 아마존 포지션이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내가 이전에 언급한 A사이다). 온라인 시험에 통과했지만 3주간 인터뷰 스케줄이 안 잡히고 있으니... 오늘 확인차 메일을 보냈지만 job dashborad에 해당 포지션이 archived 된 것을 보면 글렀나 싶다. 


그래도 기쁘게도 이번주엔 두 개의 포지션을 새로 진행하게 됐다. 둘 다 최근에 레퍼럴을 통해 지원했던 것이었고, 다행히 리크루터에게 연락을 받았다. 나는 아직 리크루터와의 전화가 쉽지 않다. 리크루터와 통화하는 날 전날부터 해당 회사에 맞는 자기소개를 준비하고 외운다. 이 회사에 왜 지원했는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도 한 번 써보고 입에 붙인다. 그리고 회사에 맞는 질문도 5-6개씩 준비한다. job description을 분석해 내 경력 중 어떤 것을 어필해야 할지 고민하고, 어떻게 나를 소개해야 리크루터가 나를 통과시킬지 고민한다. 좋은 인상을 위해 미팅 날에는 밝은 표정과 태도를 유지하려 한다. 그리고 나는 이 회사에 정말 정말 가고 싶다고 자기 세뇌를 한다. 그리고 그 두 회사로부터 모두 다음 스텝을 안내받았다. 이번에는 메일로도.


이번주엔 그리고 첫 기술 인터뷰도 진행했다. 사실 첫 영어 기술인터뷰라 잘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경험해 본다는 마인드로 봤다. 그래도 은근 잘 될지 모른다는 기대도 했는데, 쉽지는 않았다. 취업 시장에서는 초심자의 행운 따윈 없다. 포지션 자체가 완벽히 맞지 않는 것도 있었고, 내가 무엇보다 시스템 디자인 인터뷰라는 것이 처음이었다. 기술 면접 중, architecture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나는 사실은 그게 시스템 디자인 인터뷰인 줄도 몰랐다. 그냥 평소와 같이 내가 생각하는 대답을 말했다. 땡! 나는 답변을 먼저 하려고 할 게 아니라 문제를 더 구체화해야 했다. 호된 경험이었다. 한국에서도 시스템 디자인 인터뷰를 해본 적이 없어서 미국에서 책만 읽고 별거 아니네 하고 있었는데, 막상 인터뷰에서 시스템 디자인을 하려 하니 쉽지 않았다. 생각하는걸 소리 내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만난 한국인 엔지니어링 매니저분이 소개해주신 아마존 엔지니어분과 미국의 인터뷰에 대해 얘기할 기회도 있었다. mock interview도 봐주기로 했다. 그 친구와 behavior question에 대한 준비도 해보고, 가볍게 system design interview 도 진행해 봤다. 후 쉽지 않다. system design interview는 정말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 


사실 어제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목이 조금씩 붓더니 어젯밤부터는 비실비실하는 중이다. 오늘 아침에 있던 리크루터 콜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이제 한 달이 지났다. 돌아보면 그동안 쉼 없이 뭔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력서를 크게 총 4번을 고쳤고, 지금은 v.4.2.short까지 왔다. 130개가 되는 포지션에 지원했다. 5번의 폰스크리닝에 대비해 각각 다른 자기소개를 준비하고 외웠다. 비는 시간엔 틈틈이 leetcode를 풀고 시스템디자인 책을 읽는다. 인터뷰 후엔 인터뷰어에게 메시지도 보내고 종종 인터뷰 스케줄을 확인해 달라는 메일도 보낸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커피챗을 하며 경험을 공유받고 피드백도 받는다. 지난주부터는 주말에도 푹 쉬지 못했던 것 같다. 계속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몰려온다. 그래서 그런가. 몸이 살짝 고장 난 느낌이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이제 새로운 한 달이다. 1월 한 달은 미국 취업 시장 체험기라고 해볼까. 이번 달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거다. 다행히 좋은 회사들과 채용 프로세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기술면접도 한번 겪어볼 수 있었다. 리크루터 콜도 한번 떨어진 덕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레주메도 계속 피드백을 받으며 고쳐가고 있다. 덕분에 레퍼럴 없이도 리크루터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2월에 기술 인터뷰를 더 보고 나면 언젠가 통과할 수 있을까. 직접 면접을 봐보면 경험이 하나 둘 쌓이겠지. 또 mock interview를 도와주는 분들 덕분에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1월 한 달 잘 경험했다 싶으면서도 앞으로 남은 것들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도 하다. 리크루터 콜 하나 넘기는데 이렇게 힘이 드는데, 5라운드씩 되는 인터뷰들은 언제 익숙해지고 통과하지 ㅎㅎ. 


미국에서 만난 미국인 엔지니어 친구와 커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그 친구는 지금 채용시장이 가장 worst니 이다음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한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고. 잘 안다. 지금이 채용 시즌도 아니고, 오히려 잘리는 시기라는 걸. 하지만 뭐 나한테는 좀 쉬우면 안 되나 ㅎㅎ 뭐 그래 내 채용기에 서사 쌓는다고 생각하자. 원래 쉽게 되면 시시한 법이니까. 다 이 스토리를 극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다~~ 내 서사이다~~ 생각하면서 버텨야지. 


그리고 몸 건강히 하기 위해 앞으로는 쉼을 일부러 만들어야겠다. 결국 이 서사를 성공으로 끝내려면 내 몸은 내가 챙겨야지.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T사 리크루터와 통화 일정을 잡으며 내가 메일에 두 가지 실수를 했다. 하나는 리크루터의 이름을 잘못 썼고, availability를 보내며 숫자 실수를 했다. 사람이면 누구나 하는 실수지만, 괜히 답장이 안 와서 이틀을 마음 졸였다. 혹시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아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뭐 모든 게 일어날 수 있는 이곳이라 그런가 아닐걸 알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다행히 방금 메일이 왔다. 리크루터 콜 스케줄이 잡혔다. 그래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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