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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 Ing Feb 09. 2024

240208 해외취업의 기쁨과 슬픔

리크루터 콜을 넘겼으니, 기술 면접이라는 새 보스에 도전할 차례

오늘은 2/7 수요일, 지난 목요일부터 이어진 빡빡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쉴 수 있었던 날이다. 오늘은 리크루터 콜 하나랑, 기술면접 하나를 진행하고, 오후에 맥주 캔을 땄다.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인데, 요 며칠 인터뷰 일정을 보내더니 마트에서 맥주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에라, 기분이다. 오늘이 딱 맥주캔 따기 좋은 날이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인터뷰 준비를 해야 하니까.


지난주 목요일 이후 있었던 일을 돌아보자. 첫 기술면접은 탈락했다. 미국의 자동차회사인 Ford의 fullstack engineer role이었는데, 나중에 면접을 진행했던 분께 피드백을 들어보니 내가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한 것이 가장 큰 아쉬운 점이었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는 인터뷰 봤던 사람들 중에서 제일 나았는데,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탈락했다고 한다. 한국과 다르게 이곳은 면접에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매우 크게 본다. 물론, 솔직히 내가 영어를 잘못 알아들어 이상하게 답변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제대로 이해한 게 아닐 때는 계속 확인하는 게 낫다고 하니까 잘 참고해야겠다. 그리고 면접관과 협업한다는 마인드로 면접을 진행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의 문답 형식의 인터뷰에만 익숙한 나는 아직 아무래도 어렵다. 인터뷰에서 모른다고 해도 되나..? 엉뚱한 답변이라도 최대한 아는 걸 얘기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아직 기술인터뷰란 뭐가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ㅎㅎ...


오늘 본 기술면접은 P사와의 폰 인터뷰였다. 이 포지션은 프런트엔드 포지션이지만, 이번 인터뷰는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를 보았다. 사실 알고리즘이라기보단, 문제에 대한 풀이를 어떻게 구현하는가에 좀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몇 가지 실수를 했다. 처음에 문제를 충분히 정의했다고 생각했는데, 코딩을 하다가 인터뷰이의 질문에 빼먹은 조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데이터를 충분히 보지 않았다. 또, 코딩을 하다가 디버깅 과정에서 오류를 바로 찾아내지 못했다. 사실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는 좀 멍해졌다. 조금 코드를 찾아보다가, 뭔가 보이지 않아서 인터뷰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고 나니 보였다. 내가 위에는 이렇게 처리하겠다고 글로 써놓고는 코드로는 안 옮겨놓은 것이었다. 세 번째는 공간복잡도를 조금 잘못 계산했다. 


기술면접이 끝나고는 끝냈다는 생각과 함께 막연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대체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거지? 일단 내 풀이가 그렇게 맘에 드는 풀이는 아니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하니까 인터뷰이가 일단 너의 풀이도 quite good이라고, 코딩으로 가자고 하긴 했다. 그래도 best가 아닌 것 같은 마음에 계속 불안했었다. 그리고 실수도 했다. 오류도 내 손으로 찾아내지 못했다. 시간도 꽉 채워서 썼다. 하 생각해 보면 하나같이 아쉬움뿐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커뮤니케이션도 더 잘할 수 있는데, 머리가 하얘졌던 순간들이 생각나면서 이렇게 기술 인터뷰에서 모두 말아먹을 것 같은 불안감에 빠진다. 


또 영어로 계속 설명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평소에도 중얼거리면서 알고리즘 문제풀이를 하지만, 앞에 누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말도 편히 나오지 않았다. 말은 꼬이고, 나도 내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고, 저 인터뷰이가 무슨 질문하는지 모르겠고... 이래서야 일할 때도 커뮤니케이션이 되려나.


아, 한 번쯤은 코딩 인터뷰를 통과해보고 싶은데. 지금껏 봤던 몇 없던 코딩인터뷰는 모두 탈락이었다. 대학교 졸업 때 본 구글 인턴 인터뷰에서 한번, 2년 차 개발자 때 본 구글 인터뷰에서 두 번. 그 세 번의 탈락했던 기억 때문에 나에게 코딩 인터뷰란 피하고 싶은 것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코딩인터뷰이다. 하아 나 일할 땐 커뮤니케이션 잘하는데... ㅎㅎ 누군가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잘 안 돈다. 날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개발자들은 도대체 표정만 보고는 머릿속을 알 수가 없다.


물론 좋은 소식도 있었다. 화요일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봤더니 메일이 와 있었는데 'Hello from Axxx!'라는 제목의 메일이었다. A는 내가 지원하면서 정말 들어가고픈 회사였는데! 메일이 왔다고??? 메일 내용을 보니 내가 2주 전에 제출한 포지션에 대해 리크루터와 인터뷰를 하자는 것이었다. '헉 너무 좋아요 A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어요!!'라는 답장을 보내고 일정을 잡았다. 내가 지원했던 이력을 보니 같은 회사의 다른 포지션에 지원한 5번 중에 앞선 포지션들은 이미 탈락 메일을 받았었던 걸 알았다. 이력서 v4가 먹힌 걸까?!


그리고 그날 오후 또 다른 F로부터 리크루터 콜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F 역시도 정말 일해보고 싶던 회사였는데, 내가 진짜 A랑, F랑 인터뷰 프로세스를 진행한다고? 하는 마음에 정말 설렜다. 내가 꿈꿔왔던 회사들이 나와 얘기해보고 싶다니!! 이제 조금씩 내 이력서를 알아봐 주는구나 싶은 생각에 조금 벅차기도 했다. 이력서로 고생한 한달이 결코 의미없지는 않았구나. 다음 번엔 또 어떤 회사에서 연락이 올까?


또 레퍼럴을 받은 M 회사와 리크루터 콜을 했다. 최근 있었던 다른 리크루터 콜과는 다르게 조금 더 질문이 들어왔다. 그래도 그동안 잘 준비한 덕분인지, 경험을 얘기해 가며 잘 얘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스텝인 Hiring manager(= 이 포지션을 뽑는 팀 매니저)와 인터뷰가 잡혔다. 콜이 끝나고는 나는 리크루터에게 메일을 보내 Job Description에 있는 오타를 알려줬다. 'You're amazing!'이라고 하니까 리크루터에게 점수 좀 땄겠지?


내일은 A회사와의 리크루터 인터뷰가 있고, 오후엔 여기 현지 스타트업과의 기술면접이 있다. 리크루터콜은 평소처럼, 평소보다 더 잘 준비해서 가야겠고, 기술면접은 에라이 경험 쌓는다 생각하고 또 해보련다. 


이제 이력서도 좀 통과하고, 리크루터와의 인터뷰에서도 고비를 잘 넘기며 통과해가고 있다. 리크루터 인터뷰는 머리로는 익숙하다고 생각하지만, 매번 긴장해 과민성 질병들이 찾아오기는 한다. 이제 기술면접을 넘어볼 차례인데, 사실 한 번 넘어가 봐야 뭐가 맞고 틀렸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앞서 얘기한 Ford의 면접관분이 나에게 이렇게 얘기해 줬다. 나의 이력서도 좋고, 기술적인 부분이 훌륭하기 때문에 비록 당장 어떤 회사에서는 면접 때 커뮤니케이션을 이유로 떨어뜨리더라도, 어떤 회사에서는 기술적인 부분을 보고 뽑을 것이라고. 미국은 참 넓고 일자리도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자리 하나는 있다고. 그래, 당장 나에게 맞는 자리 하나 찾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계속 두드려봐야지. 다행히, 아직 다음 주, 그다음 주의 일정이 채워지고 있다. 한주 살고, 겨우 그다음 주 채워가는 불안한 날들이지만, 기회가 끊이지 않음에 감사해야지. 


그나저나 P사 기술인터뷰 결과는 언제 나올라나... 하 떨어졌으면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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