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회사들이 일하게 해주세요
지난주 수요일 첫 알고리즘 인터뷰를 보고 일기를 썼는데, 결국 그 결과가 어제인 화요일에나 나왔다. 그리고 오늘은 Hiring manager(채용하는 담당자 = 이 포지션 매니저)와의 스크리닝 인터뷰가 있었다. 이번주의 스케줄이 드디어 끝나 이제 겨우 쉬며 일기를 쓴다.
지난주 수요일 인터뷰를 보고 계속 갈팡질팡하는 날들이었다. 기술 인터뷰를 잘 보는 건 뭐지? 뭐가 잘하는 것이고, 뭐가 못 하는 것이지? 머리가 비는 시간이면 계속 그 생각을 했다. 문제를 잘 푸는 것은 정답이 있고, 비교적 익숙해져 있는데, 대화를 통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내게 너무 모호하게 느껴졌다. 결국 내 풀이가 완벽하지 않은데 내가 아무리 대화를 잘해도 통과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며 결과를 계속 기다렸다. 금요일까지 오지 않는 연락에 떨어졌구나 싶어 더더욱 기술 면접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금요일은 기다리던 A 사와의 리크루터 콜이 있었다. 영국에서 걸려온 전화였는데, 새로운 악센트에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친절하고 천천히 말해준 덕에 금방 긴장을 풀 수 있었다. 하지만 리크루터가 내가 준비한 인터뷰 질문에서 조금 다른 형식의 질문을 하자 나는 금방 말문이 막혀버렸다. 보통은 리크루터콜에서 "너의 지난 커리어에 대해 얘기해 줘"와 같이 광범위하게 물어보는데 이 리크루터는 "직전 회사에서는 어떤 경험을 했어?"라고 물어보더니 다음 질문으로는 "그럼 다른 회사들에서는 어떤 경험을 했어? 이력서에 나와있지 않은걸 Job description에 연결 지어서 말해줘"라고 물어봤다. 두 번째 질문은 처음 접해본 패턴이라 당황하기도 했고, 사실 질문을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긴장한 탓에 질문이 뭐였는지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고, 일단 생각나는 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준비한 질문을 끝내고 나는 계속 아쉬움이 남아 리크루터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내가 이 얘기는 강조 못한 것 같은데 이런 이런 거에 전문가야.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라고. 리크루터는 "응 그건 네가 레주메에 적어서 나도 알고 있어. 다음 스텝은 hiring manager랑 얘기하고 최대한 빨리 알려줄게!" 친절한 리크루터의 말이었지만 나는 왠지 이대로면 망할 것 같다는 직감을 했다.
꿈만 같던 회사에 레주메가 통과해 리크루터 콜을 하게 됐는데 인터뷰를 한 번이라도 못 하는 건 도저히 용납이 안 됐다. 잠시동안 고민하다 나는 내가 하려고 준비했던 말들과 '이력서 밖에 있는 나의 관련된 경험'을 메일에 적어 리크루터에게 보냈다. 내가 긴장해서 다 말하지 못한 것 같다고. 내가 이런이런 면에서 진짜 이 포지션에 잘 맞는 사람이니까 꼭 인터뷰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곧 리크루터 추가 정보를 제공해 줘서 고맙다고 답장이 왔다. 그래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금요일 오후에는 이 지역 스타트업과 기술 면접이 있었다. 나의 인터뷰어는 Meta - 구 페이스북에서 9년 동안 일했던 엔지니어였다. 면접 내용은 주어진 playground에서 요청사항에 맞게 React component를 구현하면 되는 것이라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하는 프런트엔드 개발이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코드를 그런 개발자에게 보여주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 인터뷰 끝나고 하는 내 질문 타임에서도 왜 그런 개발자가 스타트업에 합류했는지도 들을 수 있었고, 내 코드에 대한 피드백도 바로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충분히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저 미국의 유명한 회사 사람들하고도 비빌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나 정도면 충분히 거기서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비록 면접이었지만 미국에 오니 이런 것도 가능한가 싶어 정말 짜릿했다.
그날 저녁엔 남편의 학교를 통해 매칭된 미국 가정에 초대받아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인터뷰로 긴장의 연속이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서로의 음식을 나누고 문화에 대해 얘기하고, 새로 만난 친구들과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카드게임을 했다. 다음날엔 발레 수업에서 만난 미국인 친구들과 수업 후 브런치를 먹었다. 그중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사귄 친구가 나에게 3주 전에 비교했을 때 영어가 정말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 이거 인터뷰를 통해 실전에서 연습한 효과일지도 몰라 ㅎㅎ 하고 웃었다.
주말은 늘 힘들다. 모두 일을 하지 않는 날이라 어떤 연락도 오지 않는다. 기술면접에 붙었는지 떨어졌는지, 인터뷰는 볼 수 있는지는 적어도 월요일까지 마냥 기다려야만 한다. 나는 생각하다 보면 그 생각에 사로잡히는 편이라 늘 주말 동안 점점 생각이 불안으로 바뀌고 불안은 확신으로 바뀐다. 주말 동안 내 머릿속엔 '어차피 열심히 노력해서 인터뷰 잡으면 뭐 해 어차피 기술면접에서 떨어질 텐데, 기술면접 붙으면 뭐 해 나중에 behavior interview에서 떨어질 텐데'로 가득 차 있었다.
일요일엔 이를 벗어나기 위해 두 번의 커피챗을 하고, pramp라는 사이트를 통해 mock interview도 했다. 일요일 커피챗은 이 일기를 보고 연락온 분들과 한 커피챗이었는데 두 분 다 내가 열심히 행동하는 것이 정말 멋지다고,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다. 그리고 인터뷰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pramp를 통해 했던 mock interview도 정말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은 내가 풀고, 한 번은 상대방이 문제를 푸는데 서로 인터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나도 그 기운 덕분에 문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이 문제를 푸는 과정을 보니, '이렇게 해야겠다'거나 '이렇게 하지 말아야겠다'를 더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분량 조절 실패로 이번주 월, 화, 수 이야기는 다음에 함께 싣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예고
- 리크루터 콜에서 어필한 의외의 장기가 먹히다?
- 기술면접 결과를 받다. 무려 일주일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