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즐거움일까, 회귀 본능일까. 양육에 대한 보상심리일까.
오늘, 회사 야유회로 올림픽 공원을 갔다. 대학생 때 발대식 장소로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만에 도착했다. 지금이라도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사야 할까, 생각이 들었지만 잠깐이었다. 야유회는 10시부터 2시. 정확히 4시간 동안 진행했다. 소마미술관에서 '일부러 불편하게'라는 전시를 보았다.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다. 반면 알 수 없는 영상을 큼직하게 걸어놓고, 좁쌀 같은 글씨로 의도를 설명하는 것.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 의도이자 자부심일까. 혹시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
오늘, 호돌이 열차에는 많은 애기들이 함께 탔다. 3살은 말을 거의 못한다고 들었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열차가 이동하는 동안 끊임없이 말을 거는 어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말하지 못하는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의심과 호기심이 깃든 그들 특유의 표정을 보고 묻고 싶어 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겠지. 그들은 길가에 앉은 고양이와 다를 바 없을까. (고양이의 심리는 기본적으로 안전과 위험 두 가지 틀로 이루어져있다고 했다. '고양이 말 대사전'이라는 책에서.)
열차에서 내리자 50대 선배님이 우리 선배들에게 "연구소 애기들 이쪽으로 모이세요"라고 말했다. 3-40대 선배들은 "네, 여기 있쪄요"라며 웃으며 걸어갔다. 반전의 즐거움일까, 회귀 본능일까. 양육에 대한 보상심리일까. 무슨 의도일까. 올림픽 공원 입구에서 호돌이 열차는 우리를 먼 곳까지 보내주었고, 다시 공원 입구로 걸어서 돌아와야 했다. (그것이 산책이다.) 언덕길에 선배들은 힘겨워했다. 공원에 토끼와 꿩이 나타났다. 선배님들은 즐거워했다. 창살 없는, 같은 공간의 동물은 특별하다. 과천 서울대공원의 출입 가능한 거대한 물새 우리가 생각났다.
오늘, 계절밥상을 처음 가보았다. 폭식했다. 밤 11 시인 지금도 배가 고프지 않다. 거문도 쑥 아이스크림은 내 생에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되었다.
오늘, 돌아오는 길에 사전투표를 했다. 버스 정류장 맞은편 도로에서 어떤 후보 홍보차량이 손을 흔들며 지나갔고, 내 옆의 아주머니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홍보차량 안 아주머니도 별안간 용기를 얻어 손을 더욱 흔들었다. 일종의 북돋움과 유대감이 지난 자리에 아주머니 혼자 남았다. 주변 사람들은 젊었고 아주머니는 묵묵히 휴대폰만 쳐다보았다. 그녀에게 오늘은 일종의 용기였고 고수 효과를 가지는 날이 되었다. 나도 아주머니를 흘겨보았으나, 결국 내게 그럴 권리는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