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일기

오늘, 반바지와 땀. 그리고 관대함과 INTP

그 모든 놀림이 싫지 않다. 나는 타인에게 엄격하고 내겐 관대한 편이다.

by 류인환
오늘, 반바지와 땀. 그리고 관대함과 INTP


오늘. 반바지를 입고 출근할 수 있는 시즌이 돌아왔다. 흰색 반바지와 베이지색 티셔츠. 그리고 흰색 스니커즈와 브라운 크로스백을 메고 나갈까 했지만, 비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뤘다. 새로 산 검은 티셔츠와 검은 반바지 그리고 낡은 검은 스니커즈와 검은 사첼백을 메고 집을 나왔다. 회사에 반바지를 입고 다닐 수 있다는 것. 열이 많은 내겐 행복이다. (최근 H&M에서 검은 리넨 반바지를 샀다. 마음에 든다. 깔끔하지만 더운 검은색. 시원하지만 흐물거리는 리넨. 최고의 조합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3만 5천 원은 내겐 비쌌다.)




여름. 땀 흘리는 내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곤 한다. 예를 들어 선배님이 무거운 짐을 옮긴 뒤, 내게 간단한 포장을 부탁하고 화장실에 갔다. 나는 곧 땀이 흘러내렸고 지나가던 어떤 팀장님이 그 모습을 보았다. 그 선배님이 다시 돌아왔을 때, 팀장님은 화를 내었다. 왜 막내에게만 궂은일을 시키냐고. 땀 흐르는 것 좀 보라고. 물론 곧바로 해명했다.


놀리기도 한다. 선배님에게 질책받을 때, 나는 표정 없는 얼굴로 묵묵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 식은땀이 흘렀다.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고 얼굴 대신 몸으로 울고 있다 말했다. 그 밖에도 얼굴에 광채가 난다. 혹시 미스트를 뿌리고 다니냐는 말도 있었다.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이 땀을 닦으라, 휴지를 건네어 준 적도 있다. 복날에 긴팔 니트를 입고 야외에서 삼계탕을 먹다 탈진할 뻔했다. 그 밖에도 땀에 관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모든 놀림이 싫지 않다. 나는 타인에게 엄격하고 내겐 관대한 편이다.




오늘, 퇴근길에 선배님이 역까지 차를 태워주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상대방의 말과 기분에 좀처럼 영향을 받지 않는 나의 태도가 부러울 때가 있다고 말씀했다. 모두가 격한 상황으로 스트레스받을 때 '그럴 수도 있죠'라고 말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너는 감정이 없는 것 같아'라는 말도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다.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제가 감정이 없는 편이 아니라 매우 풍푸하다. 다만 남의 감정은 잘 모르겠다.' 모두가 한참 웃었다. 다들 오랜 시간 나를 잘 알고 있기에, 그 말이 현답이라고 했다.


31살. 내 성격에 관한 내 생각으로는, 세상을 살아가기에 참 마음편한 성격이다.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어느덧 모두 떠나버려 정말 외톨이가 되거나. 자기 세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4차원이 되거나. 말귀를 못 알아듣는 답답이가 되거나. 그런 것들이 심각해서, 나는 매번 스스로의 행동을 돌이켜보곤 한다. 내가 잘한 것이 맞는지, 혹시 잘못한 건 없는지. 사실, '오늘'이란 일기장을 만든 동기가 그렇다.


지하철에서 INTP를 검색했다. MBTI유형 중 하나로 나는 매번 INTP가 걸린다. 성격에 관해 고민이 많아 가끔씩 그 유형에 대한 설명글을 검색해본다. 이렇게 쓰여있다. '이걸 굳이 찾아보는 사람은 INTP뿐이다.' 매번 해당 유형분석을 보면서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소속감, 안도감을 느끼곤 한다. 마치 웹상의 심리테스트처럼.




INTP


만물박사. 겉똑똑이. 고집쟁이. 청개구리. 주관이 강하고 자기 세계가 분명하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며 간섭을 싫어한다. 무심하게 보이지만 속은 의외로 단순하고 솔직하다. 의도적으로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나타낸다. 지나치게 솔직하거나 뜻하지 않는 말로 주변을 놀라게 한다. 타인의 이목에 신경 쓰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며, 쉽게 즐거움과 슬픔에 빠진다.


행동이 느리고 자신의 시간 개념에 따라 움직인다. 요구가 자신의 사고체계에 들어오지 않으면 따르지 않는다. 주변 상황에 좀처럼 영향을 받지 않는다. 초연하다. 독립심이 강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세계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 부당한 대접을 받으면 말로써 따지기보다, 표정이나 무시하는 듯한 행동으로 자신의 기분을 나타낸다. 참을성이 극에 달하면 가끔 폭발하듯이 화를 내서 주변을 놀라게 만든다. 위계질서, 차별, 공정하지 못한 것을 싫어한다.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초면에는 대체로 성실하고 꼼꼼한 학생으로 인식한다. 알고 지낼수록 강한 개성이 드러난다. 재미없어 보이지만, 많은 이야깃거리와 개성 있는 행동으로 흥미를 준다. 잘난 척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정서적 배려가 부족하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충돌을 일으킨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대인관계가 좁다.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위치,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문제 삼지 않는다.


타인을 신뢰하지 않고 회의적인 경향이 있다. 순진한 외향적 직관으로 타인을 판단한다. 자신의 생각을 쉽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카멜레온처럼 보인다. 여러 관점을 두고 생각하며 문제 상황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기 전에는 마찰을 피하려 한다. 타인과 멀리 떨어져 그들을 관찰하고자 한다. 단점이나 모순을 쉽게 파악한다.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정리해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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