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처음 카페에 갔다. 홍대 앞, 5층에 테라스가 있던 스타벅스
오늘, 주말. 늘 가던 카페에 왔다. 생각보다 내게 맞는 곳이 없다. 넓고 자리가 많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 그리고 쾌적하면서도 흡연구역이 있는 곳이 좋다. 서너 곳을 번갈아 간다. 매번 같은 곳을 가면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래도 그들에게 나는 매번 같은 곳을 오는 손님이다.
11년 전 처음으로 카페에 갔다. 지금은 사라진, 홍대 앞 5층에 테라스가 있던 스타벅스. 하숙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 오랜 시간 혼자 앉아있곤 했다. 아버지가 입학 선물로 사준 노트북을 켜 둔 채로 과제를 하거나 글을 써 싸이월드에 올리곤 했다. 지금, 변한 건 없다. 주말 늦은 낮에 카페에 앉아 일을 고민하거나 글을 써 브런치에 올리곤 한다. 다만 11년의 시간만큼, 나는 제품 디자이너가 되었고 약소한 책도 생겼다.
카페는 내게 성지와 같다. 삶이 기록되는 곳. 생각이 탄생하는 곳. 결과물이 다듬어지는 곳. 그리고 내 인생의 루틴이 뿌리 깊게 박힌 곳.
대학생 시절, 내게 다들 회사원과 어울리지 않는다 말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회사생활을 사랑한다. 일을 좋아한다. 뿌듯함, 인정과 격려도 달콤하지만 무엇보다 몰입하는 과정,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의 희열이 좋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그래서 퇴근 후, 혹은 주말에도 가끔 스케치를 끄적이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뛰어나게 잘하진 않는다. 매번 실망한다. 주말의 노력과 잠을 설친 기대. 그 후 찾아오는 비평은 자괴감이다. 그래도 확실한 건, 내 태도는 변하지 않을 거란 것. 일을 싫어하게 되면, 내 인생은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 같은 느낌이라서. 일에 대한 내 감정은 연애와 같다.
걱정되기도 한다. 퇴직 후 무료함에 고통받는 장년이 될까 봐.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파는 것에는 사실 관심이 없다. 현실에 기록된 것이 중요했다. 처음 책을 받아보았을 때가 생각난다. 여느 때처럼 퇴근 후 횡단보도를 걷는 주변이, 무척이나 새로워 보였던 순간. 한동안은 늘 주말마다 카페에 온종일 앉아 글을 수정하곤 했다. 그렇게 글쓰기는 두 번째 일이 되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휴대폰엔 어떤 연락도 없다. 불 꺼진 조용한 방. 그 밖으로는 새처럼 재잘거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창문 틈으로 흘러나올 때. 문득 깨닫게 된다. 11년 간. 늘 같았다는 걸. 인상처럼 굳어버린 루틴은 내게 만족감과 자신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공허함과 자괴감의 원인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