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일기

오늘, 박물관과 유희

만약 나라도 무심코 홈을 찍어 보았을 것이다.

by 류인환

오늘,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 잉카 황금문명에 대한 전시를 보려고 했다. 최근에 알게 된 것이 있다. 여행의 즐거움은 준비에서 오는 것이라고. 집을 나서기 전 잉카에 대한 영상을 유튜브로 보았다. 주로 잉카문명의 멸망. 그리고 황금을 탐했던 스페인의 최후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중 전쟁사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200명의 약탈자가 6천명, 그리고 20만의 잉카 인과 싸워 이긴 이야기. (물론 천연두도 한몫했다고 한다.) 대형사고는 여러 가지 작은 사고가 우연히 겹침에 발생한다고 한다. 당시의 기적도 여러 오해와 실수가 작용했다. 신화 속 신이 스페인 용병과 닮았다는 점. 석기시대와 철기시대의 전투 방식이 달랐다는 점.(적은 힘으로 급소를 찌르는 철기 방식과는 달리, 석기 방식은 몽둥이로 몸통을 때려 제압한다. 두 사람만 제압해도 탈진한다고 한다.) 초기 문명 특유의 잔인한 잉카제국에 만행에 다른 부족들이 복수의 기회를 노렸던 점. 스페인인이 오해로 잉카 황제를 죽였다는 것. 그리고 다음 황제로 어리숙한 어린 황제가 즉위했단 것. <토크멘터리 전쟁사. 스페인, 잉카 정복전쟁>


또한 교훈도 있다. 경이로운 건축술, 세공술, 천문학을 가진 잉카제국이 석기시대 삶을 살았다는 것. 그리고 무기로는 흑요석을 박은 나무 몽둥이가 전부였다는 것. 잉카문명은 당시 처음으로 남미대륙을 정복할 때였다. 그들에겐 몽둥이와 육탄전 말고는 유산이 없었다. 발전에는 자극과 위협이 필요하다. 절실함이 없다면 도태되고 말 것이다. 출장 후 복귀할 때마다 늘 영어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올해에는..




그런데, 잉카 전시를 보지 않았다. 몰랐는데, 박물관에서 우리나라 유물을 상시 전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와 잉카를 비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구석기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두 시간 정도를 걸어 다닌 후 잉카를 포기했다. 다음 기회에, 혹은 영원히.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가자, 토기가 등장했다. 빗살무늬를 새겨놓았다. 의문의 들었다. 저 무늬는 어떤 용도일까. 미술과 용도의 경계에서 고민해보았다. 여러 토기 중에 자신의 것을 식별하기 위해? 그렇다면 모두 빗살무늬일 이유가 없다. 그립감을 위해 홈을 새긴다? 위치가 애매했다. 예뻐서? 잘 모르겠다. 그러다 생각했다. 당시, 토기를 반죽한 후 남은 시간 동안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을. 만약 나라도 무심코 홈을 찍어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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