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일기

오늘, 볼링과 강변 그리고 사진

그것으로 이번 산책이 의미 있다 생각했다.

by 류인환

오늘, 회사 추계 야유회로 강변을 갔다. (첫 오늘, 일기도 야유회였다. 집돌이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수십 명이 모든 레인을 점령해 한 시간 동안 볼링을 쳤다. 일단 전략을 세웠다. 그냥 쳤다가는 꼴찌가 될 것 같아서. 점수를 최대한 확보해야 했다. 폼을 버리고 뚜벅뚜벅 걸어가 라인 앞에 멈춰서 천천히 공을 굴렸다. 그렇게 70점을 넘겼다. 다행이었다.


선배들은 진자운동처럼 느릿하게 공을 굴리는 모습이 나 답다고 했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공. 툭 부딪히고 눕듯이 쓰러지는 볼링핀까지. 그 말에 조금 충격을 먹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보이는 것일까.




또 선배들은 며칠 전 후배 결혼식 후 혼자 덕수궁을 돌아다니는 나를 발견했다. 고독을 즐기는데 방해해서 미안하다며. 그럴 것이 없었는데 괜히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 일은 야유회 날 모두에게 퍼졌다.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었지만, 다들 할 말이 없었기도 했나 보다. 물론 관종인 나는 싫지 않았다.


덕수궁을 다녀온 이후. 야외 일정이 끝나면 꼭 그 주변을 돌아보겠다 마음먹었다. 오늘, 강변에서 뚝섬유원지까지 걷기로 했다. 사진을 꼭 많이 찍어야겠다 결심했다. 최근 출장으로 런던을 다녀온 적이 있다. 전시내용 중심으로 허겁지겁 찍은 내 것과는 달리, 사진을 좋아하는 선배 디자이너의 사진은 특별했다. 일상에서 시각을 담는 것.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마치 관찰력을 위한 수련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산책을 하다 잠깐 벤치에 않아 강변을 바라보려 했다. 하지만 외곽을 걷다 보니 하루살이가 가득했고 나는 입과 눈을 감고 끝없이 걸었다. 그렇게 뚝섬유원지 역에 도착했다. 햇살은 강했고 의자마다 사람들이 가득 찼다. 아마 내가 산책이 익숙지 않은 탓이다. 대학생 시절 걷기 예찬이라는 책을 글쓰기 교양 강사님께 추천받아 강제로 샀었다. 조만간 읽어보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것으로 이번 산책이 의미 있다 생각했다. 조만간 박물관에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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