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남아있는 제례들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오늘, 결혼식이 있었다. 시청에 있는 조그만 성당. 가본 적이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종교가 없는 나는 호기심에 예식을 끝까지 참여해 보았었다. 예배당은 동굴을 재현하듯 벽을 돌더미로 빼곡히 쌓았다. 천장에는 원형 창이 십자 틀로 위로 뚫려 있었다. 그 덕에 벽면의 조각상은 채광을 홀로 받았다. 탁상 주변에는 의식을 위한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양초와 성패, 종과 금속 잔. 삼십 분을 같이 노래하고 기립하고, 눈을 감는 행동을 함께 했다.
일련의 과정은 하나의 무형문화재처럼 느껴졌다. 얼마 전 차례를 지냈던 게 생각났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제례들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이자 용도일까.
오늘, 결혼식이 끝나고 홀로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보았다. 환청처럼 돌담길 노래가 흘러들었다. 추측과는 달리 돌담길은 넓었고 지하철과 이어져 있었다. 차로가 있었고 의경들이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었다. 주변에는 연인들과 가족이 사진을 찍으며 걷고 있다. 둘이 걷던 돌담길을 혼자 걷는 기분. 그런 건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 입장료 천원을 내고 덕수궁을 향했다. 초가을, 정장을 입은 채 걸어갔다. 햇살이 강했다. 얼굴이 탈까 걱정부터 들었다. 가능하면 젊은 얼굴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 누구든 그런 마음이겠지만, 내겐 젊은 날의 추억 같은 것이 딱히 없다. 늘 같은 패턴으로 살다가 서른한살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유독 주름에 민감해졌다. 집으로 돌아오면 바로 마스크팩을 하겠다 결심했다.
궁궐 주위를 벽처럼 둘러싼 수많은 방을 보며 생각이 들었다. 그 방에 살던 사람들은 마치 진열장에 쌓아둔 생필품 같은 존재였을 것이라고. 또 생각해보면 나도 그들과 다를 바 없기도 했다. 그래도 내 생활은 만족스럽다. 건물의 기둥 이곳저곳 채색된 그래픽을 보면서 꽤 간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궁궐 천장에 타일처럼 반복해서 그려진 용 그림을 보면서 꽤 화려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곳을 자주 찾아가게 될 것 같다. 사진을 많이 찍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덕수궁 안에 전시관이 하나 있었다. 한국 근대미술전을 보았다. 서양 화풍으로 그려진 동양인, 원근법이 적용된 산수화를 보며 학생 때 들었던 미술 강의가 생각났다. 문화적 정체성을 빼앗긴 제3세계 문화에 대한 책. 다만 작품을 보며 그들 역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무척이나 보였다. 덕수궁 옆에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석조전이 함께 서 있다. 그리고 그 주위로 코리아나 고층 빌딩이 서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나는 취미로 그림을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한다. 그 팬시한 낙서는 어떤 정체성에서 나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