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기분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좋다.
금요일 새벽. 1시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6시. 전화를 받고 다시 회사로 갔다. 그래서 저녁 6시 회의가 끝났을 때, 우리는 시간에 쫓겨 황급히 회사를 떠났다. 야근을 하면 치루는 의식이 있다. 느긋하게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것. 사당역에 내려 홀로 탕짬면을 먹었다. 허기졌다. 짜장면 하나를 더 시켜 먹었다.
그릇을 옮기다 손가락에 짬뽕국물을 잔뜩 묻혔다. 냅킨으로 닦아내는 와중에 옆자리 남자가 내 자리의 냅킨을 휙 뽑아 입을 닦았다.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자장면에 고개를 박고 먹었다. 그 와중에 또 한 번 내 냅킨을 뽑아가진 않는지 주시하면서.
토요일 오전 7시. 일찍 잠들어서 그런지 아침부터 눈이 떠졌다. 식사를 주문하려면 9시 반은 넘어야 했다. 세면도구를 챙겼다. 반바지 차림 그대로 패딩을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목욕탕을 향했다.
이른 아침인데 제법 사람이 많았다. 머리를 감고 폼클렌징을 닦아낸 뒤 욕탕에 몸을 담갔다. 42도. 뜨거움이 멎어질 때 주위를 둘러보았다. 넓은 실내를 두른 돌벽과 우물처럼 생긴 동그란 욕탕들. 그 아래 대리석 바닥. 물을 뱉는 두꺼비 조각상 모두 밝은 회색 빛이다. 거울과 스테인리스 수전들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꽤 쾌적해 보였다. 한참 넊을 놓고 때를 밀었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뜨거운 사우나와 차가운 냉탕. 둘 중에 어떤 것이 내 기분을 좋게 할까. 땀을 흘려 개운한 것과 차가움에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것 중에서. 냉탕에 잠수한 뒤 미지근한 탕에 들어갔을 때가 더 기분이 좋고 시간효율도 나았다. 사우나 안 맞은편 아저씨의 머리카락이 몇 없는 것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동생이 왜 혼자 목욕탕에 갔냐고 투정을 부렸다. 목욕탕을 가고 싶은데 혼자는 못 간다고. 나는 동생의 손에 세면도구를 쥐어주고 설교했다. 사소한 일이지만 오늘 목욕탕을 혼자 가지 않으면 너는 스스로에게 지는 것이라 되지 않는 설교를 하면서. 동생은 식사가 도착했을 때 맞춰 돌아왔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사소한 기분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좋다. 어제 냅킨을 뺏어간 누군가를 신경 쓰느라 자장면을 제대로 먹지 못한 게 생각이 났다. 어제 택배 아저씨의 잔소리에 몇 시간 동안 기분 상했던 것도 생각이 났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 수록 사소한 것에 모멸감을 느끼나 보다.
한강에 칼바람이 불 거란 걸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제법 아름다웠다. 어느새 햇살은 하얗게 변했다. 산책하며 사진을 찍고는 벤치에 앉아 햇살을 쬐었다. 일본 온천이 생각났다. 온탕 안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맞는 찬 바람이 좋았다. 손이 시려질 때까지 앉아있다가 카페를 가서 내일 할 일을 정리하자 어느새 한 밤이 되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반대로 탔다. 이수가 아닌 건대입구에서 황급히 내려 다시 지하철을 탔다. 나는 또 반대 방향 종점 근처까지 가서야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것 때문에 또 기분 상하지 않으려 컬투쇼 팟캐스트를 꺼내 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