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나도 모르게 밥을 먹다가 한참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내뱉었다.
습관이 있다. 일을 하는 시간에는 늘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것. 아침 이를 닦는 순간, 버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동안, 그리고 점심을 먹는 와중에도 늘 책상에 앉으면 할 일을 생각하곤 한다. 다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냐고 물어보면, 일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내겐 점심시간이 없다. (물론 그 누구도 점심시간에 일을 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습관은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곤 한다. 나는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라고. 도움도 되었다. 여러 가지 것을 빠뜨리는 일 없이 할 수 있었고, 남들보다 많은 시간과 솔루션을 쏟아낼 수 있었다. 늘 일하고 있는 모습이 남들 눈에 굳어지기도 했다. 지치지 않고 한결 같이 일한다는 것. 나의 장점이라 생각했다.
바쁜 한 주를 보냈다. 늘 조급하고 바쁜 편이다. 하지만 이번 주는 제법 달랐다. 첫 번째 프로젝트 일을 쳐내고 두 번째 프로젝트 회의를 준비하는 와중에 세 번째 건의 이슈를 공부하고, 회의가 끝난 그 자투리 시간에 네 번째 건의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 그리고 퇴근 전에 다시 첫 번째와 두 번째 건의 다음 스텝과 일정을 조율하는 일.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저녁, 셔틀버스에서 내일 할 일을 정리하고는 잠들기 전까지 침대에 누워 아이디어를 스케치를 끄적였다. 그러다 11시 반이 되면 이번 주에 있을 토익스피킹 시험 강의를 30분 간 큰 소리로 따라 말하곤 했다.
어느 점심시간, 나도 모르게 밥을 먹다가 한참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내뱉었다.
요새는 통이 넓은 바지만 찾게 된다고. 유행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무실로 올라가는 동안 머리가 개운해진 걸 느꼈다.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이 났다. 선배들이 쉬는 시간에 늘 잡다한 얘기를 꺼내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이야기인가 하고. 이제 알았다. 그들은 리프레시를 알고 있다는 걸. 내 연차가 꽤 쌓였다. 그럼에도 아직 알지 못하는 일의 세계가 꽤 남아있다.
ps. 토익스피킹 시험은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