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일기

오늘, 앞서간 것과 생략한 것

나 역시 손을 크게 흔들며 그냥 이것이 편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by 류인환

오늘, 회사 동료의 결혼식에 갔다. 부천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아주 먼 곳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가까웠다. 지하철을 타고 의자에 앉아 한 시간 정도를 보냈다. 요새는 차를 타고 갔다면 참 편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디를 가든지. 하지만 면허가 없다. 친구가 말했다. 면허가 없다는 것. 키가 180이 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너는 178이니까 10을 빼서 168cm인 것이라고.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32살. 늦깎이 면허를 따기로 했다.


늦깎이란 단어. 내겐 생소한 편이다. 제법 앞선 삶을 살았다 생각했는데, 서른이 넘고 보니 그동안 생략한 것들이 참 많았다.


초봄이 다가오는지 결혼식장을 향한 도로는 따뜻했다. 부모 손을 잡고 있는 아이들. 근처 병원 앞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고생했다 서로 안아주는 어른들. 부케를 들고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웃는 사회 초년생들. 서로를 부축하는 노년의 부부. 나는 시계를 보고 종종걸음으로 그들을 지나쳤다. 귀에는 이어폰을 낀 채. 노래 속 인물은 혼자 한강을 걷고 있다고 했다. 나도 초봄, 대낮의 발 디딜 틈 없는 도로를 홀로 걷는 중이다.




식장에 들어가 봉투를 건네고 식권을 받은 뒤 창가 2인석 자리에 앉아 뷔페 세 접시, 맥주 한 병을 마셨다. 천천히 바른 자세로. 식이 끝나서야 식당을 들어선 다른 동료가 손을 흔들며 왜 혼자 밥을 먹냐고 물어보았다. 나 역시 손을 크게 흔들며 그냥 이것이 편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ps. 면허를 따면, 면허 없는 사람들을 신나게 놀려먹을 예정이다.

노래 : 라이프 앤 타임 - 잠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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