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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Jun 20. 2016

Basel/Switzerland

2016년 6월 19일, 스위스 바젤에서.

19.06.2016 Basel, Switzerland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과 인접하여 서유럽과 스위스를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이자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는 바젤은 놀랄 정도로 중심가의 규모가 작았다. 모습은 독일의 어느 중소도시와 다를 게 없는, 심지어 지방에 따라 인근 국가의 언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스위스 답게, 모든 간판들조차도 독일어여서 독일과의 국경에서 20분 동안 여권 검사를 했을 때 외엔 독일 국경 밖이라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전에 갔던 뒤셀도르프 근처의 뮐하임이 떠오르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엇이 매력이었는가ㅡ를 묻는다면 너무나도 독일의 흔한 도시스러워,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독일 풍경에 더 이상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듯, 이곳 바젤도 이곳만의 매력을 느끼기엔 부족한 곳이었다.


Schloss Bottmingen, Basel, Switzerland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곳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이곳 보트밍겐 성Schloss Bottmingen을 꼽겠다. 친구와 헤어지고 예약한 버스의 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 들러본 곳. 현재엔 레스토랑으로 쓰이는 작은 성이기 때문에 기대 없이 갔다.


해자의 물에 비친 모습이 귀엽기도 했지만 내가 이 곳을 기억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입구에서부터 가득한 싱그러운 꽃향기 때문이다. 무슨 꽃일까, 오이향의(사람에 따라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상큼함과 꽃향기가 섞인 향은 여전히 추운 2016년의 유럽의 6월도 가을(!)이 아닌 여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크기도 작고 가는 길도 꽤 걸어야 해서 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역시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성 자체는 특별한 게 없는 곳이었지만 사람은 오감을 가진 동물인데 어찌 시각에만 의존하여 판단하겠는가. 아무리 물가가 비싼 스위스라 해도 공기는 공짜라고 하니, 마음껏 꽃향기를 들이마시고 왔다.


매일 출퇴근 길에 바라보는 라인강은 이곳에서도 흐르고 있었다. 이곳의 라인강을 보고서야 내게 라인강이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의미가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성년이 될 때까지 내내 바라보고 자란 안양천이 내게 갖는 의미와 비슷할 것이다.

네가 어떤 기분인지 나는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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