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될 지 모르는 최대 8일간의 프랑스 여행.
6월의 어느 날, 이 지루하고 갑갑하기만 한 독일 생활을 어떻게든 전환시키고 싶었다. 일하는 가게는 나를 시프트를 매꾸는 도구, 시키는 일은 말 없이 하는 노예로만 생각하고 있는 듯 했고, 지난 2개월 동안 사원들에게 감정 상한 일이 가득했던 것을 흘려 넘겨 왔으나 미처 다 흘려보내지 못한 찌꺼기들이 마음 속에 남아 쌓이고 쌓여 결국 폭발하는 일마저 있었다. 매일 밤, 귀가길은 호주, 일본에서 일하며 친해진 친구들에게 징징대기 일 수 였고, 그런 매일 매일이 쌓여 어느 덧 지나가버린 3개월이라는 시간이 무척이나 아쉽고 아깝게 느껴졌다.
매일 입 밖으로는 내뱉지 못하고 마음 속으로만 읊조리는 '18'이라는 욕이 떠올릴 때마다 나를 갉아먹고 썩게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모국어를 써서 말로 대화하는 일은 일주일에 5분 조차도 없었다.
그만두겠다는 깽판도 겨우 그 위기를 모면했을 즈음, 페이스북에서 프랑스 남쪽 프로방스 지역의 라벤더밭의 사진을 보았다. 프랑스는 갈 생각도 딱히 해 본 적도 없는데 이건 가야겠다는 생각만 머리 속에 가득했다. 라벤더 축제는 8월이지만 라벤더 만개는 6월 말~7월 초. 당장 2~3주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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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집 근처의 뒤셀도르프 중앙 도서관에서 프로방스 지역을 소개하는 여행 책을 뒤졌다. 유럽에서 발간된 여행책을 뒤지는 게 좀 더 재밌는, 나의 여행이 된다는 것은 지난 베를린~드레스덴~라이프치히~베르니게로데~하노버~에센의 일주일간의 여행으로 배운 터다.
라벤더 밭을 보러 가겠다던 여행은 '간 김에' '간 김에'라는 단어와 함께 방문하고 싶은 마을도 기간도 그리고 예산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불어갔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최대한으로 낼 수 있다고 정한 예산의 상한선은 숙박, 교통비 일체 포함의 400유로. 여행 좀 다녀봤다는 주변인들은 말도 안 된다며 말린다.
그렇게 한참을 뒤져, 뒤지는 동안에 다소 올라버린 뒤셀도르프~파리~아비뇽의 두 대의 버스를 일단 예약한 후 숙소를 예약하려 한 순간ㅡ
또 비자, 마스터 카드가 내 발목을 잡는다. 은행에서 연회비를 내면 비자/마스터의 선불 충전식 카드를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에 연회비 36유로나 내고 신청했으나, 출발 전 날 은행에서 '비밀 번호는 발급에 2~3주 걸린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결제할 수 있는 카드가 없으니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아아. 이 여행- 정말 가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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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한 시간 반이라도 잘까 말까 고민하는 출발 3시간 전. 버스정류장이 집의 코 앞이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No Plan Trip : Provence, France
30/6~6/7or7/7, about a week
Paris, Avignon, Arles, Nimes,
Pont du Gard, Orange
Nice, Monaco, Èze
Antibes, Grasse, Saint Paul de Vence, Cannes, L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