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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Jun 09. 2016

의식의 흐름대로 썼더니 삼천포.

갑자기 든 생각을 의식의 흐름대로 썼더니 삼천포로 빠진다.

왜 대한민국에선 자랑스럽게 "에라이 저 퇴사합니다!!!!"라고 외치는 젊은이들은 모두 "삼성"인 걸까...

역시 퇴사 스토리도 삼성이어야 팔려서 그런가봐... 이래서 삼성 삼성 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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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삼성'인 이유는ㅡ 삼성이 아닌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회사 이름 없이 그저 '회사를 그만뒀다'고만 하는데 "삼성"을 그만두는 사람들은 꼭 회사 이름인 "삼성"이 들어간다. 그래서 우연히 클릭한 모르는 이의 글에서 '아 이 사람은 "삼성"에 다녔구나'라고 일단 삼성맨이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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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에 학교 그만두고 파견 업체 등록해서 면접 보러 다니던 시절에... 파견 업체 직원이 한 말이 있다. 청소부를 하더라도 삼성에서 하라고. 한국에선 이력서에 삼성이라는 두 글자만 들어있어도 대우가 달라진다고.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삼성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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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 코리아 출신이라고 하면 한국 아이돌/드라마/한국 음식 그 다음으로 나오는 게 '나 삼성 핸드폰 써'. 국위선양이라는 말도 싫어하고 삼성이 한국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는 것엔 전혀 동의하지 않고(코리아가 유명한 이유는 노스 코리아의 존재 때문이지..) 나는 15년은 안티 삼성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사실 속으로 그래서 어쩌라고ㅡ이긴 하지만 본인 딴에는 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나라 출신과의 연결점이라고 찾아서 내민 것이 삼성일테니까 오 그러냐~ 근데 난 아이폰만 써~라고 대답한다. 난 삼성 안 써.... 컴퓨터도 음악 플레이어도 휴대폰도 모두 애플. 애플이 아니라면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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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빅뱅 좋아한다고 해도 나는 빅뱅을 모르고 관심도 없기 때문에 괜히 내가 미안해진다. 빅뱅 뿐이냐, 모든 아이돌이 그러하다. 코딱지만큼의 관심도 없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나 샤이니의 '셜록'은 좋아한다. 해외생활이 길다보니 30화가 넘어가는 장편 드라마는 잘 보지 않게 된다. '동이'니 '주몽'이니 하는 해외에서 인기라는 사극들은 본 적이 없다.

한국 음식은 더더욱 난관이다. 울 엄마의 요리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내 나이 만 서른 하나를 넘긴 최근. 게다가 엄마는 너무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거의 만들지 않기 때문에 내가 존재조차도 모르는 한국인들의 식사 메뉴가 너무나도 많았다. 고추장 찌게는 도대체 무엇인가! 평생을 '맛만 보는' 수준으로 식사해 온 내게 먹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고, 라면 한 개, 햄버거 세트를 먹을 수 있게 된 건 일본에 건너간 이후의 일이다. 일본에 갈 때엔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계란 후라이 뿐. 양이 워낙 적어 밖에서 먹으면 돈이 아까운데다가 먹으면 속까지 안 좋아져 외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기억하는 나는 '같이 식사를 해도 맛만 보는, 거의 못 먹는 친구'였다. 그래서 나는 보통의 한국인들이 즐기는 한국 요리와 한국 음식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음식점과 편의점에서 일했기 때문에 집에서 요리라는 것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게다가 일본 생활 4년 동안 내 돈 주고 김치를 산 적도 만든 적도 없고, 한국 음식이 그리워 내 의지로 한국 음식점을 찾은 적도 없다. 게다가 밖에서의 식사 역시 일본 음식.

호주에선 코리안 바베큐 레스토랑과 일본 음식점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대부분의 식사를 해결했다. 외식은 '그 곳만의 음식은 없지만 세계의 모든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이민자의 나라' 호주답게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을 먹었다. 독일에서도 마찬가지. 일본 음식점에서 일해서 섭취하는 쌀 외에 쌀은 섭취하지 않으며 집에서의 내 주식은 파스타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요리를 못한다.

심지어 나는 치맥을 즐기지도 않는다. 치킨을 좋아하긴 하지만 소고기를 더 좋아하고, 맥주는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고 한국의 소주와 맥주는 이 둘을 섞은 소맥이 아니면 마시지도 못한다. 한국 요리 좋아한다ㅡ라고 말하는 외국인들의 대부분은 외식 메뉴들.
한국인인 내게 기대를 하고 말하는 이들에게 무척이나 미안하게도 나는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이 아니고 만들 줄 아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나 한국에 간 적 있어~ 서울에 갔어~ 뭐 먹었어~ 이야기를 들어도 한국도 서울도 내가 갑갑함을 느껴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치는 곳이니 어찌 반응해야할 지 모르겠다.

나는 국적도 한국이고 나고 자란 곳도 한국이지만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 보통의 한국인다운 삶은 대학 입학까지, 그 이후로는 보통의 한국인의 삶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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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주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 의해 깨닫게 된다. 일본에서는 아무도 나를 한국인 혹은 외국인으로 대하지 않았다.

못된 생각인 걸까, 여전히 나를 대할 때 한국인이라는 것은 배제해줬으면 좋겠는데.. 싶다. 이것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역사와 음향을 전공했고, 음악, 그림 그리는 것,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해외 여기 저기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은 온전히 '나'라는 사람으로 여겨지길 바라고, 화제도 서로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면 그것에서 발전하길 바랄 뿐이다.


아, 삼성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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