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홀러 류 씨 Jun 04. 2016

A HEAD FULL OF DREAMS TOUR

2016년 6월 1일, 겔센키르셴에서.

6월 1일, 독일 NRW주의 Gelsenkirchen에서 있었던 콜드플레이Coldplay의 유럽 투어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살아있다는 기분이 든다. 지난 세 달 동안ㅡ 죽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이 든 건 아닌데 사는 거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은 들더라. 심장의 두근거림도 없이 건조한 사람들과 건조한 생활을 하다보니 내 마음은 사막이 되어버렸고 내 감정들에 뿌연 재가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보아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ㅡ 그런 상태로 꾸역 꾸역 매일을 살고 있었다.


워낙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조절하며 살던 인간이라(스트레스 받기 싫어 취업을 안 하기로 할 정도로) 이 해소되지 않는 스트레스는 민감하게 받아들여졌고 눈덩이가 불어나듯 커져만 갔다. 나처럼 취미도 많은 사람이 드문데 지난 3개월 동안 그 중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늘 무언가를 바쁘게 하면서 살았던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니. 그런 지난 98일이었고 오늘 99일째를 오랜만에 콘서트장에서 보냈다. 늘 내겐 라이브 콘서트가 열리는 공간은 단순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콘서트 현장이 아닌, 꿈 없던 20대 초반, 꿈이라는 게 생겼던 곳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물론 장소는 다르다)


독일 99일째가 되어 비로소 내게 '화남' 이외의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막이 되어버린 내 마음에 음악이 보슬비처럼 내려 나를 적신다. 아ㅡ 난 여전히 살아있구나... 동시에 난 음악 속에서 비로소 숨 쉬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그것이 더 이상 업으로는 삼는 일은 없다 하더라도 그런 건 상관 없이 내겐 물과 공기 같은 거구나ㅡ라고. 내일부터 다시 모래바람이 휘몰아쳐 사막이 되어가겠지만 오늘의 단비는 독일에서 보낸 최고의 시간이다.


콜드플레이에겐 수 많은 공연 중 하나였겠지만 내겐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물론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듣기 시작한지 13~4년만에 첫 콘서트라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목적 달성을 한 기분이다. 이제 독일을 떠나도 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특설무대와 나와의 거리.
시작 전!
딜레이 타워. 딜레이 타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스포츠 경기장 답게 딜레이 현상이 심했다.
공연이 끝나고.


https://instagram.com/p/BGIQAqiQyqb/

돌아가는 길의 떼창. 유럽 축구 경기의 응원가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뒤셀도르프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